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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리J Oct 16. 2023

스위스와… 셜록 홈즈?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듯


스위스를 여행하다 보니 열차를 타고 이동하며 바깥을 구경하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지나치는 풍경 속에는 절벽에서 떨어져 내리는 작은 폭포도 있거니와 들판을 흘러내려가는 시냇물을 볼 수 있는데 휴대폰에 집중할 이유는 없었다.


잔잔한 강물이나 호수는 에메랄드빛이지만 빠르게 흐르는 얇은 시냇물 색은 밝은 회색에 가까웠다. 그런 물색의 차이를 관찰하고 있으면 여행을 왔다는 게 느껴져서 즐거웠다.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나오는 안내 방송을 들을 때보다 자연의 미세한 차이를 마주했을 때 더 낯섦을 느끼는 것 같다.


그 차이의 세세한 내용을 알지 못해도 말이다.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듯 그 순간을 즐기는 게 좋았다. 인터라켄에서의 여행이 그랬다. 역사나 지형 공부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흐르는 물을 하염없이 구경하는 것도 시간 낭비는 아니었다.


아레슐트 협곡과 바이헨바흐 폭포도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 채 떠났다. 인터라켄의 근처에 있는 여행지라기에 골라둔 장소들이었다.


아레슐트 협곡


아레슐트 협곡 사이를 걷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 아니었다. 조금 좁긴 해도 산책로가 평평해서 다니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이런 험난한 지형에는 조금 불친절한 산책로가 놓인 걸 자주 봤던 터라 아레슐트 협곡의 편한 산책로는 마음에 쏙 들었다.


바위가 참 신기하게 깍여나갔다고 생각하며 물소리와 함께 계속 걸었다. 힘들면 역으로 바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사진을 찍으며 설렁설렁 걷다 보니 반대편 역에 도착했다.


아레슐트 동역은 여기가 기차역은 맞는건지 싶은 동굴이었다. 잘못 도착했나싶어 다른 관광객들과 함께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다행히 열차가 도착했다. 열차를 타고 근처에 있는 라이헨바흐 폭포로 출발했다.



셜록을 여기서?


당시에는 한참 영국드라마 셜록 홈즈에 빠져있을 때였다. 드라마를 얼마나 재밌게 봤는지 나중에 꼭 영국 여행을 가겠다고 다짐할 정도였다.


하지만 먼저 있던 스위스 여행에 영국 여행은 잠시 묻어두고 떠나온 것인데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예상치 못한 셜록 홈즈를 만났다. 푸니쿨라를 타고 폭포로 올라가니 셜록 기념주화와 함께 셜록으로 보이는 입간판이 있었다!


뒤늦게 찾아본 결과 라이헨바흐 폭포는 셜록 홈즈가 악당 모리아티 교수와 함께 빠져죽는 장소라고 한다. 하지만 팬들의 항의가 엄청났던 결과 코난 도일이 셜록을 다시 살려냈다는 뒷이야기까지 읽고 폭포 바닥을 구경했다. 바위도 많고 깊지 않아보이는 것이 코난 도일이 정말 셜록을 죽일 생각으로 이 장소를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셜록이 다시 살아난 것에는 찬성하며 기념 주화를 챙겨 내려왔다. 스위스에서 셜록을 만나고 기념품까지 챙기게 될 줄은 몰랐기에 웃음이 났다. 셜록 홈즈가 죽었다 살아난 장소라니!


여행 중반으로 다가가면서 예상치 못한 일과 실수를 겪으며 조금 피곤해졌다. 여행과 인생이라는게 꼭 마음대로,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 (코난 도일도 그러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만큼 예상하지 못했던 기쁨도 함께 왔다. 그런 감정은 받을 줄 몰랐던 거대한 선물과도 같아서 실수 수십개 정도는 무마할 수 있을 것 같은 크기였다.


어쩌면 그런 기쁨을 발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행 당시 남긴 기록>


인터라켄 갈 때 예약 좌석 칸을 잘못 타서 고생하다 내려서 갈아탔다. 인터라켄 동역에 도착해서는 숙소 찾느라 좀 헷갈렸는데 바로 옆이었다. 입구는 깔끔하던데 가방만 놓고 나와서 숙소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겠다.


아레슐트! 조금만 걷다가 다시 서역 쪽으로 나가려 했는데 동역까지 걸었다. 엄청 크고 특이했다.


라이헨바흐 폭포 올라가는 푸니쿨라는 엄청 가팔랐고 올라가서는 물이 엄청 튀었다. 기념주화도 만들었다! + 무지개 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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