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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리J Oct 16. 2023

하이킹, 융프라우

산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는데

하이킹이라니


스위스는 하이킹하기 참 좋은 곳이다. 그렇게 가파르거나 길이 좁지 않고, 탁 트인 경치가 옆으로 계속 펼쳐진다. 원하는 코스만 가볍게 돌고 나머지는 케이블카나 리프트, 산악 열차 등을 타고 편하게 올라갈 수도 있다. 그러니 나 같은 하이킹 초보자도 쉽게 하이킹을 시도해 볼 수 있는 환경이다.


내 계획은 다음과 같았다. 인터라켄에서 그린델발트까지 기차를 타고 올라가 그린델발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멘리헨으로 간다. 멘리헨에서 클라이네 샤이덱까지 하이킹을 하고 그곳에서 기차를 타고 융프라우 정상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여행 당시 간략화해서 그린 지도(실제와 다를 수 있음!)


멘리헨에서 클라이네 샤이덱까지 가는 길은 33번 코스, 파노라마 하이킹이라고 불린다. 쉬운 코스로 알려져 있어서 아이들도 많이 보이는 코스였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소도 많았다. 스위스에서 산에 올라갈 때마다 자유롭게 풀을 뜯는 소를 본 것 같다. 풀을 뜯을 때마다 소 목에 달린 방울이 청아하게 울렸다.


스위스에 다시 간다면 이곳을 또 가고 싶을 정도로 멋진 경치였다. 아무리 노력해도 광활함을 사진에 담기 어려워서 초반에만 카메라를 들었다가 이후로는 가방에 집어넣고 눈으로 감상했다. 강한 햇빛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도 보이는 경치는 아름다웠다. 왜 힘들게 하이킹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으로


클라이네 샤이덱에 도착해서는 융프라우로 가는 산악 열차를 기다렸다. 융프라우요흐역은 유럽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기차역이라는데 올라가는 내내 감탄했다.


어떻게 이런 곳에 열차를 만들어 해발고도 4,158m까지 올라갈 생각을 했을까... 인간이란 신기한 존재다...


그 덕분에 나는 편하게 앉아서 4,158m의 산을 오를 수 있었다. 산악 열차가 열심히 올라가는 동안 검표원이 지나다니며 표 확인을 했다. 인터라켄에서 산 융프라우 VIP 패스를 내미니 초콜릿과 "감사합니다!"라는 한국어 인사말도 돌아왔다! 관찰해 보니 검표원이 표를 확인하며 승객에 맞는 언어로 인사를 하는 것 같은데 티켓의 종류를 보고 구분하나 보다.



그렇게 올라간 융프라우 정상은 날이 흐려서 주변 풍경이 잘 보이지 않았다. 사진을 찍으러 밖에 나갔다가 거센 바람을 맛보고는 서둘러 안에 들어와 얼음 조각 따위를 구경하는 걸로 만족하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융프라우 정상에서 쓸 수 있는 쿠폰 중 컵라면 쿠폰이 있었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에서 먹는 컵라면이라니 신기했다. 차이점을 꼽자면 한국에서 먹던 것보다 건더기가 크다는 점이 있었다.


오랜만의 컵라면을 먹으며 짙은 안개가 낀 바깥을 내다보고 있는데 외국 관광객 한 명이 카운터로 가서 컵라면이 너무 매우니 물을 더 넣어달라고 했다. 매울 수도 있겠구나를 새삼 깨달으며 융프라우에서 내려왔다. 생각해 보면 스위스에서 먹은 음식 중 매운 건 없었던 것 같다.



내려오는 길에 들른 뮈렌에서는 상가 앞에 드러누운 고양이를 봤다. 뮈렌에서 유명한 거라면 통나무에서 찍는 인증샷인데 정작 그 사진은 찍지 않고 고양이 사진만 잔뜩 찍고 내려왔다. 웃긴 일이긴 하지만, 가게 앞에서 반쯤 졸고 있는 고양이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이 날은 너무 피곤해서 기록도 남기지 못하고 잠들었다. 아무리 쉬운 코스의 하이킹이라고 하더라도 힘들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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