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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리J Oct 16. 2023

내 앞좌석 할머니가 자리를 옮기셨다

Bye, Interlaken


여행 7일 차. 인터라켄을 떠나 체르마트로 가는 날이었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에는 스위스에서만 10박 11일이라니 너무 긴 것 아닌가 싶었지만 여행 가서는 시간이 참 짧게 느껴졌다. 두 배는 더 머물렀어야 만족했을 것 같다. 물가가 비싸서 그렇게 오래 있으려면 돈을 더 모아야겠지만 말이다.



체크아웃 후 짐을 맡기고 브리엔츠 유람선을 탔다. 일주일이나 봤는데도 물색이 예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원래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호수를 구경하려고 했는데 가려던 아이스크림 가게가 아직 운영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동행분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Thun으로 향했다.


여행 중후반부로 넘어가며 어깨가 아파서 시내로 나갈 때는 카메라를 놓고 다녔다. 그래서 휴대폰의 필터 사진만이 남았다. 빛 번짐을 볼 때마다 필터의 저주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튠(Thun) 성은 스위스패스로 무료입장이 가능하다고 해서 가보았는데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그냥 입구가 자동문이었던 것과 사람이 없어서 천천히 둘러보며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게 기억에 남는다. 스위스 성을 보고 싶다면 이후 가게 될 시옹성을 더 추천한다.


인터라켄 서역으로 가서 파스타를 먹었는데 메뉴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영수증을 보니 Spagh. B. Italia라고 적혀 있다. 음식이 나오는 시간이 엄청 오래 걸렸지만 무난한 식사였다.




여행지에서의 선의란


체르마트로 가는 기차에서 일어난 일이다.


기차 좌석은 마주 보는 형식으로 되어있었는데 앞에 앉아계시던 할머니께서 갑자기 뭐라 하시면서 자리를 바꾸셨다. 내가 가지고 온 캐리어 때문에 신경이 쓰이셨나 싶어서 조금 당황해 캐리어를 가까이 잡아당겼다.


그새 옆 좌석으로 옮긴 할머니께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할머니께서 원래 앉아계셨던 창가 자리를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Better to see.


화를 내거나 혼내는 목소리가 아닌,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그래도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To look outside?(밖을 보기가요?)"라고 여쭸더니 Better to see라는 말을 반복하셨다. 스위스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영어 이용자는 아니신 것 같았다.(스위스의 공용어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만슈어이다.)


대충 뜻을 생각해 보면 바깥 풍경을 보기에 좋은 자리니 옮겨 앉으라는 말씀이신 듯했다. 그래서 감사하다고 하고 창가 자리로 옮겨 앉았다.


체르마트로 가는 기차에서는 바깥 풍경을 꼭 보라고 한다. 추천 좌석도 있을 정도다. 그만큼 경치가 아름답기 때문에 기차의 창가 자리에는 사람이 꽉 차있는 편이다.


할머니께서는 큰 캐리어를 끌고 온, 누가 봐도 여행객이었던 나에게 그 경치를 더 잘 보게 해주시고 싶었던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영어로 소통을 시도하며 자리까지 내어주신 할머니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할머니가 중간에 내리실 때 웃는 얼굴로 작별 인사까지 하고 나서야 상황 파악이 되면서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 내가 기억하는 체르마트가 아직까지 따뜻한 장소로 남은 건 그때 기차에서 만난 할머니 덕분이다.




<여행 당시 남긴 기록>


Thun은 볼 게 많지는 않았다. 관광객도 적고. 스위스패스는 무료입장이 가능하고 티켓을 가져다 대면 문이 열린다. 튠 성 자체는 굉장히 오래된 느낌인데 들어가는 문이 자동문이라니! 전망대로 가는 계단이 가파르고 좁고 많기 때문에 쉽게 올라가기는 힘들다. + 화장실이 깨끗하고 보이는 풍경이 예쁘다.


체르마트는 조용한 동네다. 수네가 다녀오고 남는 시간에는 대체 뭐 하지? 오후에 비 올 것 같아서 늦게 나가기도 애매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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