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e, Interlaken
여행지에서의 선의란
체르마트로 가는 기차에서 일어난 일이다.
기차 좌석은 마주 보는 형식으로 되어있었는데 앞에 앉아계시던 할머니께서 갑자기 뭐라 하시면서 자리를 바꾸셨다. 내가 가지고 온 캐리어 때문에 신경이 쓰이셨나 싶어서 조금 당황해 캐리어를 가까이 잡아당겼다.
그새 옆 좌석으로 옮긴 할머니께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할머니께서 원래 앉아계셨던 창가 자리를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Better to see.
화를 내거나 혼내는 목소리가 아닌,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그래도 상황이 이해되지 않아 "To look outside?(밖을 보기가요?)"라고 여쭸더니 Better to see라는 말을 반복하셨다. 스위스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영어 이용자는 아니신 것 같았다.(스위스의 공용어는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만슈어이다.)
대충 뜻을 생각해 보면 바깥 풍경을 보기에 좋은 자리니 옮겨 앉으라는 말씀이신 듯했다. 그래서 감사하다고 하고 창가 자리로 옮겨 앉았다.
할머니께서는 큰 캐리어를 끌고 온, 누가 봐도 여행객이었던 나에게 그 경치를 더 잘 보게 해주시고 싶었던 것 같다. 익숙하지 않은 영어로 소통을 시도하며 자리까지 내어주신 할머니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할머니가 중간에 내리실 때 웃는 얼굴로 작별 인사까지 하고 나서야 상황 파악이 되면서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 내가 기억하는 체르마트가 아직까지 따뜻한 장소로 남은 건 그때 기차에서 만난 할머니 덕분이다.
Thun은 볼 게 많지는 않았다. 관광객도 적고. 스위스패스는 무료입장이 가능하고 티켓을 가져다 대면 문이 열린다. 튠 성 자체는 굉장히 오래된 느낌인데 들어가는 문이 자동문이라니! 전망대로 가는 계단이 가파르고 좁고 많기 때문에 쉽게 올라가기는 힘들다. + 화장실이 깨끗하고 보이는 풍경이 예쁘다.
체르마트는 조용한 동네다. 수네가 다녀오고 남는 시간에는 대체 뭐 하지? 오후에 비 올 것 같아서 늦게 나가기도 애매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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