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떠난 여행
답답한 일상. 모험이 필요했다.
여행 계획을 세우는 중에도 일상은 계속됐다. 대학교에 입학해서 수업을 들었고 시험을 치렀다. 놀랍게도 고등학생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모습이었다. 공부만 하던 학창 시절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도 배워보고 취미에 집중하고 싶었는데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첫 번째 레이스가 대학에 가기 위한 것이었다면 대학 입학 때 시작된 레이스는 취업을 향한 것이었다.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이 된다는 예전과 다르게 취업률은 나날이 떨어져 가고 있었다. 고시반의 인기가 높아져가고, 주변은 시험 점수에 목매달았던 때처럼 학점에 목매달았다.
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부정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한 학기만에 이러한 상황에 질려버렸다. 술 마시는 것이 허락된 고등학교 생활이라니. 내가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스위스로 가는 비행기
그 이후로는 먹고 자고 영화 보고 간식 먹기의 반복이었다. 간식으로는 컵누들이 나왔는데 스위스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먹게 될 줄은 몰랐던 메뉴였다. 맛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다음 식사로는 리기토니를 먹었다. 전체적으로 식사는 무난했다. 특별히 맛있지도, 맛없지도 않았다. 배 채우는 느낌으로 식사를 끝낸 이후로는 또다시 잠들었다. 비행기 안에서 할 일이 많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
취리히
혼자였다면 무서웠을 텐데 공항 근처의 호텔이 많지 않아서인지 셔틀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았다. 먼저 온 셔틀은 유아차를 끌고 있는 분께 양보했다. 안내원은 다음 셔틀이 곧 올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웃었다. 내가 엄청 피곤해 보였던 모양이다.
다음 셔틀을 타고 호텔에 도착해 방으로 올라갔다. 뭔가를 할 시간은 없어서 대충 씻고 환전한 돈을 정리했다. 스위스 지폐는 한국의 것보다 짧고 세로형이었다. 낯선 지폐를 지갑에 넣고 나니 비로소 외국에 나왔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여행 첫날이라고 들뜨기에는 오랜 비행이 너무나도 피곤했다.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 다음 날 일정이 바빴기에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기 위해 침대로 들어갔다. 공항 근처라 밤 내내 비행기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다가 설핏 잠이 들었다.
<여행 당시 남긴 기록>
한국에서는 외국 나가면 어디든 영어가 제일 중요하다고(다른 언어에 비해 우선시 되고 그런 중요함) 생각했는데 이곳 스위스에 오니까 꼭 그런 건 아니라는 걸 느꼈다. 여긴 북부라 독일어를 좀 더 많이 쓰는데 스위스는 독어나 불어를 주로 쓰고 진짜 진짜 못 알아듣는 외국인에게나 영어로 물어본다. 표지판 같은 것도 픽토그램이면 독어로만 적혀있고. 영어만 중요하다는 건 정말 좁은 생각이었어.
여기 와서 배운 독어: Ausgang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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