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2일차
아침 8시쯤 PCR 결과가 나와 격리실에서 나왔다. 들고 온 짐을 하나씩 확인하고 반입하면 안 되는 물건은 보관실로 보내졌다. 휴대폰과 휴대폰 충전선, 그리고 20센티 이상의 긴 끈이 달린 가방을 압수 당했다. 정신병원에 들어왔다는 게 새삼 실감이 났다. 끈 달린 운동화도 안되고 식사 때는 젓가락을 주지 않는다. 화장실 문도 잠글 수 없다.
마침 아침 활동 시간이었는데, 다 같이 국민체조를 하고 산책을 간다기에 허둥지둥 따라나섰더니 입원 첫날에는 산책을 나갈 수 없다고 한다.
5인실에 배정받았다. 가장 구석자리의 창가여서 좋았다. 아침 산책을 마친 몇몇 사람들이 와서 자기소개를 하고 인사를 건넸다. 모두 하나같이 오늘 간식 못 받아서 어떡해, 라며 걱정했다. 간식은 주초에 미리 신청하고 며칠 뒤에 받는 방식이었는데 간식을 받는 날이 바로 오늘이었던 것이다. 간식 찾으러 오라는 방송이 나오자 병동이 시끌벅적했다. 모두들 들떠서 받아온 간식을 정리하기 바빴다. 우리 방 언니들이 뭔가 하나씩 자신의 간식을 내게 나누어주었고 옆 방에서도 간식을 나누어주러 왔다. 심지어는 로비에 앉아 있는데 아무 말 없이 커피믹스나 바나나를 주머니에 넣어 주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병원 밥만 먹고 군것질, 야식 안 먹으면 살 좀 빠지겠다 했는데 웬걸 간식만 한 보따리를 받았다.
휴대폰은 오전에 1시간, 오후에 1시간 해서 하루에 2시간만 쓸 수 있었다. 휴대폰 사용이 자유롭지 않다는 걸 예상하고 있었고, 오히려 좋았다. 읽을 책을 다섯 권, 그리고 메모할 노트와 펜을 챙겨갔는데 하루 만에 책 네 권을 다 읽었고 노트도 1/3쯤 썼다.
말없이 바나나를 주고 간, 약간 주윤발을 닮은 언니가 있었다. 가져간 책을 다 읽고 심심해서 저녁에는 로비에 나가 티브이를 보고 있는데 주윤발 언니가 우리 방 왕언니에게 라면이 먹고 싶은데 컵라면이 있냐고 물었다. 왕언니는 칠순이 가까운 할머니라 ‘나는 라면 안 먹어서 없는데, 한번 구해볼게’ 라며 방으로 갔다. 주윤발 언니가 내 옆에 털썩 앉더니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처럼 운다. 마음이 찢어지게 아팠다. 언니의 손을 잡아주고 싶었는데, 그런 행동을 해도 될지 모르겠어서 망설이는 사이 언니가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라면은 결국 못 구했다. 언니는 그날 방 밖으로 다시 나오지 않았다. 언니의 손을 잡아주지 못한 것을 나는 평생 후회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