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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이 Oct 12. 2023

입원을 했다

입원 1일차

10일 아침, 아침에 눈을 뜨니 지난밤 꿈이 너무 무섭고 학교에 가기가 두려웠다. 숨이 막힐 정도로 가슴이 뛰고, 누군가와 심하게 싸우고 속상할 때처럼 심장이 조이고 아팠다.


혼자 집에 있자니 자꾸 안 좋은 생각이 나서 차를 끌고 나갔다. 정신과에 들러 약을 받아 돌아오는 길에 가벼운 접촉 사고를 내고 말았다. 다행히 백미러만 살짝 부딪혀 연락처만 교환하고 끝났다. 울고 싶자 뺨 맞았다는 말처럼 내내 고여있던 눈물이 팍 터졌다.


저녁에는 언니가 와주셨다. 셋이 야식을 시켜먹고 새벽까지 수다를 떨다 잤다. 언니는 괜찮다고, 자꾸 생각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게 마음대로 안되니 병인거겠지. 하지만 한달음에 달려와 준 언니가 너무 고맙고 또 미안했다.


다음날인 11일, 다시 정신과에 가서 입원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선선히 입원의뢰서를 써주었다.


의뢰서를 들고 산 속에 있는 어느 정신병원에 왔다. 의사를 배정 받아 꽤 오랜 시간 진료를 봤다. 긴 생머리의 의사 선생님은 생각보다 훨씬 다정한 분이었다. 나중에는 의사 선생님도 조금 우셨다.


위험성이 있으니 본인이 원하면 당장 입원할 수 있고, 가능하다면 일을 좀 쉬었으면 좋겠는데 필요한 서류가 있으면 다 발급해주시겠다고 한다.


나는 3일만 입원해보겠다 했다. 평소에는 컨트롤 할 수 있는 수준의 자기 파괴적 감정들이 가끔 이렇게 폭발할 때가 있다. 집에는 잘 드는 칼이 너무 많고, 또 하필 우리집은 뛰어내리기 딱 좋은 높이다.


코로나 검사를 하고 보건소에서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실에 갇혔다. 갇혔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화장실도 갈 수 없고 밖에서 문이 잠겨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CCTV도 있었다. 화장실도 아기들이 용변 훈련 할 때 쓰는 그런걸 써야했다. 그렇지만 기분 나쁘거나 갑갑하지 않았다. 창살이 있었지만 창문을 열 수 있었고, 창을 열면 가리는 것 없이 바깥 풍경이 훤히 보였다. 휴대폰은 커녕 격리실에서는 책도 읽을 수 없었다. 처음엔 약간 막막했지만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오롯이 혼자가 되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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