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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다 Oct 01. 2021

9. 그리운 시냇가

<일상 여행>

아침에 운동 가는데 날씨가 화사했다.

끝나고 집에 오다가 서너 살 아이들이 엄마 손 잡고 서 있는 봤다. 눈물 나게 화사한 모습이었다.

나도 모르게 시가 떠올랐다.




그리운 시냇가

            - 장석남


내가 반 웃고

당신이 반 웃고

아기 낳으면

돌멩이 같은 아기 낳으면

그 돌멩이 꽃처럼 피어

깊고 아득히 골짜기로 올라가리라

아무도 그곳까지 이르진 못하리라

가끔 시냇물에 붉은 꽃이 섞여내려

마을을 환히 적시리라

사람들, 한잠도 자지 못하리


 


새삼 자각했다.

나는 이제 아기를 낳지 못한다는 것을.

말랑말랑 보드라운 아기 살내음 맡을 길 없다는 것을.

어여뻐서 눈물 나는 아기의 웃음,

어디서도 만나지 못한다는 것을.

나의 노래방 십팔번은 '님은 먼 곳에'다.

그 노래가 오늘은 더 이상 낳을 수 없는 아기에 대한 사모곡으로 다가온다.

"마음 주고 눈물 주고 꿈도 주고 멀어져"간 나의 아기들..


올해 내게는 가을이 없을 줄 알았다.

예외 없다.

시월. 바스락바스락 소리를 내며 가을이 덮쳐온다.



#시월    #가을    #그리운_시냇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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