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창호 Aug 24. 2023

여수 밤바다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전활 걸어 뭐 하고 있냐고

점심시간 혼자 밥을 먹으면서 노래를 들었다. 버스커 버스커 '꽃송이가'를 듣던 중, 정형돈이 부른 '처음엔 사랑이란게'를 들었다. 그리고 버스커 버스커 버전도 내 전화기에서 흘러나왔다.


유튜브로 노래를 듣다 보니 이어졌고 버스커 버스커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가 이어졌다. 이 노래를 들으니 '여수 밤바다'가 듣고 싶었다.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는 여수를 부른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대학교 1학년 때 딱 한 번 여수를 가봤다. 언제쯤 다시 가볼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그래도 그 오래전 '여수 밤바다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만큼 여수에서 나의 기억은, 추억은 매우 강렬하다.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라는 곡은 2019년 '멜로가 체질' OST로 유명해졌다.


난 군생활 때 비슷한 느낌의 노래를 작사한 적이 있어, 이 노래를 부르면 그 생각이 많이 난다. 그 노래 가사가 지금 전체가 기억나지 않는다.


당시 그 노래를 작곡한 가수도 그때 써놓은 악보가 없어, 지금은 완곡을 못한다고 한다. 나도 앞부분만 기억한다. 이 부분은 내가 입으로 부르는 허밍을 작곡가가 그대로 써줬다.


'예쁜 여자는 다 널 닮아 보여, 좋은 여자는 네 향기가 나지.'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였다. 여수에서 있던 그 얘기가 가사의 주요 내용이다. 내가 이 노래를 읊조리면 동생이 '그만하라'고도 했다.


여수에서 나는 그녀에게 별반 무얼 한 게 없다. 매우 여럿이 동기네 집으로 놀러 갔고 나는 바다에 취해 밤늦은 시간에도 다이빙을 하고 수영을 했다. 위험할 때도 있었다.


그렇게 공동생활을 마치면, 그녀와 따로 나와 맥주를 마시며 오랫동안 대화를 나눴다. 난 친절하지 않았던 시절이었고, 그녀는 매우 상냥하고 '샴푸향'이 짙었다.

작가의 이전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