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계절에 맞지도 않는 옷을 입고 가겠다고 떼를 쓰고 고집을 부린다. 나도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아 말이 좋게 안 나온다. 타협이라는 것이 절대 안 되는 아이.
자기 뜻과 생각대로 안되면 악을 쓰면서 울며 분노를 표현하는 아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그리고 내가 왜 아이의 저런 모습을 못 참는 것일까?
어린 시절옷에 대한 나의트라우마 때문일까? 나의 감정을 억압해야 했고 있는 그대로 수용받지 못했던그 기억이 아이에게 투사되는 것일까? 감각이 예민하게 태어난 아이는 자기 편한 대로 입으려고 하는 건데.. 내가 이해를 못 해주는 것일까?
어차피 감기 걸려서 아픈 것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고 감기 걸리면 병원 데려가서 약 먹이면 될 일.. 왜 나도 분노가 일어나는 것일까?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나서 일까? 아이가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다니면 사람들이 뭐라 할까 봐? 그 시선 때문에? 내가 아이를 통제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일까?
백화점에 데려가서 직접 고르게 해도 결국 안 입고 말 옷들. 진짜 비싸게 사줘도 안 입는 옷들이 많다.
아동 패션 잡지나 사진을 보고 골라보라고 해야 되나? 아이는 책을 보면서 이 옷 사달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똑같은 디자인은 절대 찾을 수가 없다. 비슷한 것을 사줘도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결국 안 입는다.
진짜 아이 옷 입히는 문제로 스트레스받는다.
반팔 옷을 다 치워버렸다. 옷장에서 또 끄집어내서 꺼내달라고 난리 쳐도 절대 안 들어줘야겠다. 감기 걸리든 말든. 남들이 어떻게 보든 말든 포기하자. 자기가 선택한 것에 자기가 책임져야지.
2024.12.4
첫째는 여전히 옷에 대해 변한 것이 없다.
며칠 전 일이 있어 급하게 아이들을 친정에 맡기고 서울에 가야 했다.
캐리어에 옷 챙기라고 했더니 아이는 계절에 맞지 않는 가을 옷만 잔뜩 챙겼다. 두꺼운 패딩이며 잠바는 안 챙기고 얇은 미키 마우스 카디건 하나 챙겼다.
너 옷 이렇게 입으면 감기 걸린다고 경고 한마디만 남기고 그냥 놔뒀다. 결국 얇은 카디건 때문에 친정에 있었던 내내 사촌들 옷 빌려 입어야 했다. 춥다고 옷 벗어달라고 하고 ㅎㅎ 그러게 왜 엄마 말 안 듣니?
부산에 오는 길, 휴게소에서 한두 시간 시간을 보냈는데 바람이 제법 불었다. 아이는 결국 감기에 걸려서 목이 아프단다. 다행히 감기가 심해지지 않았지만 아이는 이제야 계절에 맞는 두꺼운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