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고부 갈등으로 분가를 한 후 항상 할머니 편을 들었던 아빠에 대한 원망과 아빠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엄마는 아빠와 자주 싸웠다. 엄마가 소리를 지르며 싸움을 걸면 아빠도 자존심이 상했는지 화를 내었다. 아빠가 화를 내면 엄마는 아빠에게 막말을 하며 화난,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엄마의 표정.
엄마의 아빠에 대한 부정적인 언행은 어린 시절 나에게도 새겨졌다. 무능한 아빠랑 사는 엄마가 항상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가스라이팅 때문에 나는 아주 오랫동안 아빠를 싫어했고 아빠와 심리적인 거리가 너무 멀었다.
철이 들고나서 아빠에 대해 생각해 보면 아빠는 자상하고 따뜻한 성품을 가진 사람이셨다. 본인은 손해를 보더라도 항상 베풀 줄 알고 동물을 사랑하고 낙천적인 성격이셨다.
아빠는 항상 나에게 알아서 잘할 거라며 믿어주셨고, 내 꿈을 응원해 주셨다. 형제들에게도 희생했는데 자식의 꿈을 이루어주는데 힘이 닿는 데까지 돕는 것이 뭐가 어렵냐고 항상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지원해 주시고 지지해 주셨다.
내면 아이 치유를 하며 아빠한테 미안해서 펑펑 울었다. 어린 시절부터 들어온 엄마의 가스라이팅이 나의 애착 대상이었던 할머니와 아빠와 심리적인 관계를 끊게 했다는 것을 깨닫고 소름이 끼쳤다.
엄마한테 그렇게 문제 많은 아빠라면 이혼을 하지 왜 사나?라는 질문을 했었다. 엄마는 아빠가 불쌍해서 이혼 못한다는 말 같지 않은 논리를 펼쳤다. 아빠가 불쌍해서 데리고 산다고 했다. 그때는 정말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심리 치료 공부를 하며 엄마가 나르시시스트이며 인격 장애를 가진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결국 그 불행 자랑이 과거의 원한에 사로잡혀 자신을 구렁텅이에 밀어 넣지만 인식하지 못하는.. 엄마는 자기 자신이 만든 심리적 지옥에 살면서도 나올 의지조차 없는 사람이었다.
객관적으로 내가 공부를 하며 깨달은 엄마의 상태를 이야기했을 때, 엄마는 자신을 방어하며 자신의 불행했던 삶을 안다면 본인에게 그런 말 하면 안 된다며 되려 나를 인정머리 없다고 공격했다.
아빠와 딸의 관계.
배우자의 선택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엄마의 가스라이팅에도 나는 아빠의 장점을 참 많이 닮은 사람을 만났다.내면 아이 치유와 심리학 공부가 나를 살렸다.
남편은나의 아빠처럼 성실하고 안정적이며, 감정 기복이 없는 성품을 가졌다.아빠와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의 어머니를 객관적으로 잘 알고 원가족으로부터 분화가 잘 이루어진 남자라는 사실이다.
남편은 고부 갈등을 겪던 시기에 시어머니한테 연을 끊겠다는 말까지 하며 내 보호막이 되어주었다. 항상 자신의 뒤에 있으라는 말을 하며 5년이 넘는 세월을 한결 같이 약속을 지키는 멋진 남자이다.
나는 아이를 낳고 나의 엄마의 나쁜 습성을 대물림하지 않으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남편을 존중하는 말, 다정하고 따뜻하고 위로하는 말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이들이 남편에게 심리적 거리감을 가지지 않도록 아빠의 존재를 항상 인식시킨다.
7살밖에 되지 않은 첫째 아이에게 아빠 같은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고 말을 한 적이 있다.
진심이다. 내 딸들이 남편 같은 남자를 만나서 나보다 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기를 바라고 기도한다.
엄마처럼 비겁한 사람이 되지 말자. 내가 선택한 사람이니 장점을 더 많이 보려고 노력하자. 더 뜨겁게 사랑하고 남편의 노력과 헌신에 감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