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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의정원 Dec 04. 2024

아이와의 기싸움.

계절에 맞지 않는 옷.

2022.9,21 기록


아이가 계절에 맞지도 않는 옷을 입고 가겠다고 떼를 쓰고 고집을 부린다. 나도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아 말이 좋게 안 나온다. 타협이라는 것이 절대 안 되는 아이.

자기 뜻과 생각대로 안되면 악을 쓰면서 울며 분노를 표현하는 아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그리고 내가 왜 아이의 저런 모습을 못 참는 것일까?

 

어린 시 옷에 대한 나의 트라우마 때문일까? 나의 감정을 억압해야 했고 있는 그대로 수용받지 못했던 그 기억이 아이에게 투사되는 것일까? 감각이 예민하게 태어난 아이는 자기 편한 대로 입으려고 하는 건데.. 내가 이해를 못 해주는 것일까?


어차피 감기 걸려서 아픈 것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고 감기 걸리면 병원 데려가서 약 먹이면 될 일.. 왜 나도 분노가 일어나는 것일까? 나의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나서 일까? 아이가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다니면 사람들이 뭐라 할까 봐? 그 시선 때문에? 내가 아이를 통제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일까?

백화점에 데려가서 직접 고르게 해도 결국 안 입고 말 옷들. 진짜 비싸게 사줘도 안 입는 옷들이 많다.


아동 패션 잡지나 사진을 보고 골라보라고 해야 되나? 아이는 책을 보면서 이 옷 사달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똑같은 디자인은 절대 찾을 수가 없다. 비슷한 것을 사줘도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결국 안 입는다.


진짜 아이 옷 입히는 문제로 스트레스받는다.


반팔 옷을 다 치워버렸다. 옷장에서 또 끄집어내서 꺼내달라고 난리 쳐도 절대 안 들어줘야겠다. 감기 걸리든 말든. 남들이 어떻게 보든 말든 포기하자. 자기가 선택한 것에 자기가 책임져야지.



2024.12.4


첫째는 여전히 옷에 대해 변한 것이 없다.

며칠 전 일이 있어 급하게 아이들을 친정에 맡기고 서울에 가야 했다.

캐리어에 옷 챙기라고 했더니 아이는 계절에 맞지 않는 가을 옷만 잔뜩 챙겼다. 두꺼운 패딩이며 잠바는 안 챙기고 얇은 미키 마우스 카디건 하나 챙겼다.


너 옷 이렇게 입으면 감기 걸린다고 경고 한마디만 남기고 그냥 놔뒀다. 결국 얇은 카디건 때문에 친정에 있었던 내내 사촌들 옷 빌려 입어야 했다. 춥다고 옷 벗어달라고 하고 ㅎㅎ 그러게 왜 엄마 말 안 듣니?


부산에 오는 길, 휴게소에서 한두 시간 시간을 보냈는데 바람이 제법 불었다. 아이는 결국 감기에 걸려서 목이 아프단다. 다행히 감기가 심해지지 않았지만 아이는 이제야 계절에 맞는 두꺼운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감정 그릇도 커진다. 엄마가 조급한 마음에 못 기다리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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