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가을의 기록. 나는 두 아이를 가정보육하고 있다. 첫째는 6살, 둘째는 9개월이다. 공식적으로 8월 31일에 유치원 자퇴를 했다. 유치원 자퇴에 대한 고민은 작년 6월부터였다.
시험관으로 힘들게 가진 뱃속의 둘째 아이가 안정기에 들어설 때까지 코로나를 조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유치원을 3월부터 두 달 동안 안 보냈다. 그러다가 6월에 등원한 첫날 코로나에 걸려서 임신 14주에 첫째와 나는 동반 입원을 했다. 임산부에게 치명적인 고열에 이틀 시달리며 타이레놀로 버티던 나는 뱃속의 아이가 잘못될까 봐 임신 기간 내내 불안했다. 감사하게도 둘째는 건강하게 태어났다.
첫째는 유치원에 가면 온갖 질병과 바이러스를 달고 왔다. 둘째가 태어나고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지속된 감기는 유치원 자퇴를 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고 7월에 첫째는 유치원에서 수족구 구내염 후두염까지 걸려서 한 달 내내 아팠다. 어린 둘째에게 수족구 옮길까 봐 내내 초긴장 상태였고 남편과 나는 탈진할 만큼 힘들었다. 그리고 유치원 자퇴로 마음을 굳혔다.
7월부터 유치원 안 보낸 지 두 달째이다. 산책, 숲체험, 독서, 영어, 수학, 자연관찰, 미술 활동 등 홈스쿨링과 발레, 영어, 미술은 사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아이는 유치원 친구들 보고 싶다고 심심하다고 한다. 그러나 또 아프기는 싫단다. 그래서 유치원은 안 가겠다고 한다.
이모님이 주 3회 4시간씩 오셔서 숨 쉴 틈은 조금 있지만 몸이 힘들다. 엄마인 나는 아이가 유치원을 안 가니까 신경 쓸 일이 더 많다.
책도 많이 봐야 하고 아이 학습 관련 준비도 해야 한다. 몸은 피곤하지만 아이가 아플까 봐 항상 조마조마했는데 유치원 안 보내고 나니 오히려 마음은 편하다.
아이의 친구 관계는 여전히 고민이다. 6살, 사회성을 키워야 하는 나이인데 유치원 경험을 하지 않고 초등학교 입학을 했을 때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 그래도 아이와 함께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는 시간은 즐겁다. 내년에 아이가 다시 유치원 가고 싶다고 하면 유치원을 다시 보낼 생각이다.
'나는 홈스쿨링하는 엄마로 살기로 했다'. '가족 여행하며 홈스쿨링', '엄마표 발도르프 자연육아'책을 보며 아이를 공교육 없이 시골에서 키우는 것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남편 직장이 해결된다면 제주도 한 달 살기부터 시작해보고 싶다.
오늘 아파트 산책길에 바스락 거리는 낙엽도 밟아보고, 땅 위에 떨어진 매미 허물이며 송충이도 관찰하고, 나뭇잎과 풀잎, 도토리를 주워 소꿉놀이를 했다. 대나무 잎을 따서 배를 만들어 호수에 띄우기도 했다. 주워온 나뭇잎으로 가을 나뭇잎 책을 읽고 독후 활동으로 물감 찍기 그림도 그렸다.
아파트 중앙에 있는 호수공원에서 어린이집 끝나고 온 동생들과 한 시간 가까이 뛰어놀던 아이는 재미있다고, 놀 친구가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유치원 다닐 때는 아이가 아파서, 피곤해서, 시간이 없어서라는 이유로 하지 못했던 것들을 아이와 함께 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의미 있는 시간들로 쌓여갔으면 좋겠다.
아이와 함께 독후활동을 한 그림책이에요. 알록달록 가을 나뭇잎처럼 예쁜 몸색깔을 갖고 싶은 아기 곰의 이야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