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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ete May 11. 2024

관객과 소통하는 마케팅

독일 오케스트라의 마케팅 

콘서트 오케스트라는 단독(단일 장르) 문화 기관으로, 한 명의 마케팅 부서 책임자를 중심으로 1년 단위 기간제 연수 직원 및 수시로 3개월 실습생을 투입하여 인력을 보충하며 운영한다. 이 기관의 운영 방식 때문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마케팅 부서 팀장(이하 사수)은 일을 가르치는 능력이 탁월하다. 나는 대학원 과정의 필수 인턴 과정을 수행 중이어서 사무국 뿐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모든 파트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마케팅 부서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첫 주 나의 업무는 손에 잡히는 크기의 365일 시즌 달력에 내용을 채우는 것이었다. 매일 한 장씩 뜯어내는 탁상용 달력으로 분량은 730 페이지이다. 사수는 2024/2025 시즌 작품 리스트(약 100개)를 주면서 앞뒤로 작품 내용, 에피소드, 평론 등 작품에 관련된 어떤 내용이든 마음껏 써 보라고 했다.  


업무를 지시하면서 사수가 말했다.


"우리는 음악가와 관객 사이의 번역가야. 

Wir sind die Übersetzer zwischen den Musikern und dem Publikum! 


너는 음악가였으니 그 작품에 얽힌 너의 이야기를 써도 좋아. 관객들은 그런 걸 더 좋아해. 

오케스트라의 성과와 이어지는 이 부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위에서 내려다 보려고 연습해 봐. 

다른 부서보다도 관객의 반응을 현장에서 느낄 수 있으니 음악회 참석은 필수이고!


정말 그랬다. 


마케팅 부서 담당일 땐 공연 날마다 프로그램 책자와  머천다이징을 판매하는 곳에서 관객을 상대하는 일도 했는데, 나를 포함해 팀장, 언론부서까지 5명이 관객을 응대했다. 관객들은 프로그램 책자를 구입하면서 우리와 이야기하는 것을 즐겼다. 


시즌 캘린더, 프로그램, 머천다이징 그리고 마케팅부서 photo by arete


시즌 책자가 나올 때인 것 같은데, 언제쯤 나오는지 확인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매일 아침 달력 한 장씩 넘기며 읽는 재미가 있다며 이번에도 달력을 제작하는지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늘도 잊지 않고 필하모니 뱃지를 달고 음악회에 왔다며 좋아하는 관객, 지난 공연이 너무 좋았다며 오늘도 기대된다는 등 관객의 반응과 피드백이 생생했다. 


하이라이트 멜로디 음악회 photo by arete


5월 말에는 다음 시즌에 연주할 작품의 하이라이트 멜로디 음악회를 개최한다. 예매 없이 선착순 입장하며 티켓 가격은 3유로에 음료 1잔이 포함된다. 이러한 전략은 정기 회원이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타겟 층을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사립 기관에 비해 운영의 안정성이 확보된 공공 기관이지만, 이렇게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관객의 관심과 지지 없이는 이들도 존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공공 문화 기관이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며, 이는 순수문화예술의 발전과 영속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 글의 인용이 필요하면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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