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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ete May 31. 2024

독일 포스트 드라마/다큐멘터리 연극

독일 현대 공연예술 무용계에 피나 바우쉬가 있다면 연극계에는 포스트 드라마의 대중화를 이끈 한스 티스 레만이 있다. 고전 다큐멘터리 연극이 사실의 재현, 문서 중심 접근이었다면 포스트 드라마 연극은 개인 기억의 아카이브로서 신체 개념을 강조한다. 서술적인 플롯,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 전개 등과 같은 전통적인 드라마의 특징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대신에 시각적, 음향적, 공간적 요소를 중시하며 관객들과의 상호작용에 집중한다. 물론 공연하는 배우가 자신을 주체로 정립시키는 구현 방식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측면도 중요하다. 


독일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다큐멘터리, 포스트 드라마 연극이 독립(사설) 극장에서 제도권으로 진입했다. 공연예술경영 대학원 과정에서 Dokumentarisches Theater 과목을 18시간이나 할애하며 다루는 이유는 그만큼 현대 독일 극장 시스템에서는 고전 장르만큼이나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 연극 장르의 급격한 증가와 연극 개발에 대한 다양한 협업 방식 등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익숙한 흐름과 그동안 해오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시도와 실험은 독일에서도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토론으로 이어지며 변화, 발전하고 있다. 또한 40~50대 관객뿐 아니라 2030 세대에게도 관심을 받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강사는 다큐멘터리 연극, 포스트 드라마 그리고 논란 혹은 시사점이 있는 현대 예술계의 몇 가지 테마를 다뤘다. 예를 들면 현대 미술의 올림픽이라 불린다는 카셀의 도큐멘타 15에 관한 글을 읽고 도발적인 질문을 준비해 온다든지, 유럽의 주류 예술계의 시선이 아닌 탈서양화 등 연극학 전공수업은 아니라 다행히? 작품 분석 같은 것은 하지 않았지만,  같은 사건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은 충분히 있었다. 



포스트 드라마를 검색해 보니 한국에도 의미 있는 작품들이 많아 보인다. 강사가 수업 시간에 소개한 다큐멘터리 연극 '블랙타이'와 한국의 연극 연출가 이경성을 언급하며 글을 맺는다. 


다큐멘터리 연극 '블랙타이' 

연극 '블랙 타이'는 한국계 독일 입양인 미리암 영민 슈타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무대에서 그녀는 유전적 요소와 문화정체성 간의 상호 연관성을 분석하여 입양인의 정체성과 몸의 유전자 분석을 통한 문화적 차이를 탐색한다. 미리암은 자신의 몸이 '유럽인의 몸'과 다르다는 인식을 얻게 되면서 차이에 의한 몸의 불일치를 강조하며, 유전자의 차이가 보편성을 형성하고 문화적 유전이 감정과 허구적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제시한다. 리미니 프로토콜을 통해 연극은 입양인의 몸을 과학적으로 읽고 이에 따른 사회적 타자의 개념을 이데올로기적인 것으로 폭로하며, 몸의 반증 가능성을 기반으로 문화-이데올로기와 정체성의 비연속성을 탐구한다. 또한, 블랙 타이는 연극의 주체의 몸을 분석하여 문화적 정체성이 고정되지 않음을 강조하며, 배우와 관객에게 탈피, 객관적 증명, 미시적 분석 가능성을 경험하도록 유도한다. 최종적으로, 연극은 포스트드라마적 비연속성과 몸의 반증 가능성, 물질적 토대와 문화-이데올로기의 상관성을 촘촘히 결합시켜 현대 연극이 현실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참고자료] 

과학혁명과 연극 패러다임의 변환 -타자의 정체성과 몸의 반증가능성-리미니 프로토콜<블랙 타이 Black Tie>(2008) 초록 


[제 글의 인용이 필요하면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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