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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즌트 Jul 18. 2022

저는 제가 무재능인 줄 알았습니다.

이제야 알게 된 재능...

자기 반성적인 사람들은 어떤 결과 앞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기 안에서 문제를 찾곤 합니다. 그런데 모든 것을 자기 안에서 찾다보니 자책하고 후회를 자주 해요. 앗! 제 얘기입니다.


'내가 잘하는 건 도대체 뭐지?' '과연 있기는 한 건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엔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수능점수는 나오지 않았고요.

물리는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고요. 공부도 재능이라는 것에 동감합니다.


심리는 재미가 있어서 쭉 몰입하며 즐겁게 공부를 했습니다.


앗 그런데 초짜 상담사가 나이 지긋한 학부모를 상담하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이른 결혼 탓에 아이를 갖게 되고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고.. 전업맘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되고자 애를 썼어요. (그래도 내가 이건 잘하겠지. 애들 공감도 잘하고 발달과정도 다 배웠고....) 인내하고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주려고 뼈를 깍는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다시 돌아가라고 해도 더는 못합니다.


그런데 아이는 부모의 사랑과 애씀이 필요하지만 우리가 노력한 대로 크지는 않잖아요. 그게 원래 맞고요. 잘되면 사실 지들 탓 인거고요.


저는 살림도 관심이 없고 잘하지도 않았고 매일 똑같은 일상과 아이들 셋을 키우며 나홀로 독박육아를 해야했으니...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세 아이를 모두 하나하나 챙기며 사랑을 주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육아도 재능이 없는 건가?)


육아에 성취, 결과물이란 게 있을까요?


육아의 결과물은... 그나마 아이들 독립하는...  20년 후에라야 볼 수 있는 장기적 투자(?)죠.

수많은 위기, 변동,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기다려주고 다시 시작해야하는 작업이고요. 존버가 답이다.


그땐 몰랐습니다. 그당시 제가 아는 재능이란 어떤 일을 수월하게 해내고 결과물로 인정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항상 자격미달처럼 느껴졌습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기 위해 태어난 거지?'

'누구나 하나쯤은 잘하는 게 있다는데.......'


우울해서 묻는게 아니라 답답해서 수 없이 물었습니다. 답답하니까 어느 날은 억울하고 우울해서 눈물도 나더군요. (이거 엄청 슬픈 얘깁니다. 사실...)


그런데요. 다시 돌아보니 슬픈 얘기 아닙니다.

한 분야에 10년을 투자하면 전문가가 된다고 하죠?
저는 시간을 집중투자하며 16년간을 육아에 올인을 했더라고요.


결과물은 글쎄요. 아이들 건강하고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는 정도가 다예요. (저는 이것을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맞다. 애들이 사춘기인데 저를 좋아해요. 이거 진짜 어려운 거예요. 사춘기 엄마들에게 물어어보시면 압니다. 우리 애들 이거 보면 안되는데요.)


다른 결과물도 있었습니다. 16년 전 후... 제가 드라마틱하게 변했더라고요.


1. 과거에 여리고 거절도 못하던 유리멘탈이었던 것이 기억도 안 날 만큼... 지금은 소신있고 어디에서나 흔들림 없는 사람이라 소리를 듣곤 해요.


2. 여러번 실패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도전하는 약간 뻔뻔한 사람이 되어 있더라고요.


3. 아이 친구 엄마들과 소통하고 데기도 하고 상처도 위로를 주고 받기도 하면서

어느 덧 인간관계 능통자가 되어있더라고요.

이제 무서운 사람도 없습니다.


다양한 유형의 사람에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도 척하면 나옵니다. 고민상담도 종종 해줍니다.


무슨 상담이냐고요? 경력은 끊어졌지만 10살 위까지 15살 아래까지 커버가 가능합니다. 무수한 개인 경험과 함께 말이죠. (바닥부터 올라오는 인간관계 묘미까지)


내공이 쌓이면서 알게 된 것이 있어요. 인생에서 재능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이 많다는 것을요.

재능은 첫 시작에 유리한 건 맞아요.

지속하는 것엔 재능보다 인격, 지속력 등 내적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해요. 


흔히 아이들이 말하는 재능충(?)은 여전히 부럽기는 합니다만

제 경험과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겁니다. 얼마나 피 터지며 배운 건데요.


진흙탕에 뒹굴고 다시 엎어지고 일어선 16년간의 시간들... 재능이 있었다면 아마 이렇게 고생하진 않았겠지만 다른 분야에 도전할 기회도 얻지 못했을 겁니다.


이제 저는 더이상 무재능이 아닙니다.


시간으로 누적된 저의 재능은 인간관계, 그리고 육아의 달인입니다.


그리고 무지막지하게 탁월한 재능은 없어서 다양한 것들에 겁없이 도전하는 도전충(?)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재능을 어떻게 정의하나요? 시간으로 승부하게 된 당신의 재능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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