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에필로그
향내음 가득한 초록빛 풀밭에 누워, 연이가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린 채 곤히 잠들어있다.
뭐 좋은 꿈이라도 꾸는 듯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어렸다. 따스한 기운이 연을 감싸고, 살랑거리는 바람에 흔들거리는 별사탕풀이 연의 몸을 간질였다. 연의 하얀 얼굴에 장미빛 홍조가 올라왔다. 그 주변을 파란 나비가 팔랑팔랑 날아다니다 연의 코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더이상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겠는지 재채기를 크게 한 번 하는 연이다. 연이의 커다란 재채기에 나비가 화들짝 놀라며 파르르 날아간다.
높이 높이 떠오른다. 빛나는 하얀 구름도 담고, 붉게 모습을 드러낸 낮달의 희미함도 담고, 근처 바닷가의 철썩이는 파도도 담고, 그 바다 어딘가에서 유유히 흘러가는 고래 한 마리도 담았다가, 점차 멀어져가며 작아지는 무인도를 돌아보기도 하면서. 이 조그맣고 어린 생명체의 꿈만큼은 영원하기를 바라는 나비는 그렇게 쉼없이 파닥파닥 날아갔다.
“잠깐만, 저게 뭐야?”
“저거 나비잖아? 와, 파랑 나비네. 엄청 예쁘다.”
“아니, 나비 말고. 강에 뭐 떠 있잖아.”
교복을 입은 진호가 한강가를 걷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진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유주도 시선을 따라간다. 잘 안 보이는지 교복자켓에서 안경을 꺼내 쓰는 유주다.
“오, 보인다 보여. 어? 저거 사람 아니야?”
“사람 맞는 거 같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진호와 유주는 머뭇머뭇 강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간다. 경계심을 한껏 늦추지 않고 언제라도 도망칠 자세로. 눈을 길게 뜨고 강을 뚫어져라 보던 유주가 놀란다.
“야, 쟤 연이 아니야?!”
진호 역시 유주만큼이나 무척 놀란 듯하다. 한 번 더 강에 떠 있는 사람을 보더니, 둘은 비명을 지르며 냅다 달렸다. 6년 전에 감쪽같이 실종되었던 그들의 오랜 친구가 분명했다.
연이는 실종되었다.
현주가 준원과 밤에 나갔다 들어왔던, 바로 그 다음날이었다. 이후, 온 동네를 뒤져도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사라진 것은 준원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의 실종사건조사본부가 꾸려지고 철저한 수색에도 소득을 얻지 못했다. 일주일 뒤 한강에서 연이의 신발이 발견되었고, 연이는 한강에 빠져 사망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리고,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연이가 한강에 떠있더라는 이야기가 현주의 귀에 들어왔다. 이제는 어엿한 여중생이 된 유주의 다급한 전화였다.
- 경찰에 바로 신고했는데, 경찰이 갔을 때는 아무것도 없었대요. 그런데, 할머니. 진짜 거기 분명히 연이가 있었거든요. 진호도 같이 봤어요. 분명이 거기 있었다구요!....... 그런데, 할머니. 연이는 하나도 자라지 않았어요. 일곱살 모습 그대로더라고요....
유주와의 전화를 끊고 서둘러 한강으로 떠날 채비를 한 현주다. 정신을 차려보니, 현주는 어느 횡단보도 빨간 신호등 앞에 서 있었다. 빛나는 빨간 불빛을 보자, 불현듯 현주는 하늘을 올려보았다. 하늘에는 희미하지만 또렷하게 붉은 달이 떠 있었다. 현주는 무언가에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
그 사이, 신호등은 초록불로 바뀌었다.
여전히 멍한 현주 앞으로 맞은편에서 한 어린 여자아이가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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