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vittra Apr 21. 2024

아무나 성공할 수 없는 인도 시장

‘22년 포드의 인도 철수를 지켜보며.

“포드가 인도에서 자동차 판매가 자꾸만 줄어드니, 우리로서는 걱정이 많아.”  


 회사에 와서 인수인계를 받으며 들었던 첫마디였다. 철강 회사인 우리는 포드와 본사 차원에서도 구자라트에 공장이 세워질 때 우리에게 동반 진출을 제안한 배경도 있었던 만큼 포드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고객사였다.


 그런 포드의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면 당연히  철강 구매량이 떨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자동차 판매량에 대해 촉각이 곤두서 있었다.


  포드는 인도 구자라트와 첸나이에 2개 공장 40만 대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1995년 인도에 진출한 이후 총 25억 불의 투자를 단행했으나, 실적은 계속 내리막 길이었다. 심지어 회계연도 21년에는 연간 48천대만을 판매하며 1.8%의 인도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발표했다.


  더군다나 구자라트에 위치한 공장은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는 공장 만큼이나 최신예 공장이었다. 그런데 이 공장에서는 연간 1만 대도 생산하지도 못했다. 월 1천대도 안 되는 숫자이다. 시장에서는 언제든 철수해도 이상하지 않은 실적이라고 생각했고, 협력업체들은 불안해했다. 인도의 자동차 시장은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지만 포드는 성장하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 후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포드를 담당하고 있는 친구가 뛰어와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Sir, Ford India announced exit!”


 21. 9월, 포드가 인도에 있는 2개 공장을 일시적으로 Shut Down을 한다는 공문을 보내왔다. 내용은 코로나로 인해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이 어려워 더 이상 정상적인 생산이 안되니, 당분간만 가동을 중지한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그것을 있는 그대로 믿는 업체는 한 군데도 없었다.


 

 다음날이 되자 언론에서는 공식적으로 철수라는 소식을 발표했고 구자라트 공장은 22년 3월까지, 첸나이는 22년 상반기까지만 가동한다는 구체적인 뉴스도 전해왔다. 이로써 포드 직영의 경우에만 4천여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협력업체와 딜러샵 등 유관 업체들까지 하면 셀 수가 없다.  


 나도 팀을 꾸려 포드 철수 관련해서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채권과 재고를 어떻게 매끄럽게 처리하고, 향후 철수 때까지 공급 방식에 대해 논의가 필요했다

 포드 인디아의 본사 격인 첸나이에 관련 내용을 협의하기 위해 서둘러 떠났다. 비가 오는 날이었지만, 거대한 포드 인디아 본사 건물은 여전히 위풍당당해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쩔쩔매던 협력사들이 하나 둘씩 찾아와 결재와 신용에 대해 추궁을 하기 시작한다. 포드의 구매 임원과 마라톤 협의를 하는데 수많은 미팅의 연속인지, 그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



 며칠 후 구자라트 포드 공장의 원자재 담당인 Anand가 우리 회사에 찾아와 마지막 재고 수검을 진행했다. 몇 년간 우리와 호흡을 맞추며 많은 도움을 준 고마운 친구였다.


"나중에 밥이라도 한끼 먹자. 그나저나 앞으로 계획은 어때?"


 조심스레 물어보니, 고향인 첸나이 돌아가 직업을 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뛰어난 친구이니 직장 걱정은 없겠지만 자부심이 엄청났던 포드를 다니다가 이내 실직 상태가 된 것이 충격이 있어 보였다.


 사실 그 지역의 성장과 개인이나 회사의 성장은 별개이다. 인도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며 단순히 인도에 관심있던 나도 자연스레 성장하겠지 하고 착각하던 때가 있었다. 간단한 진리이지만 명료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위해 정진해야만 그 성장 파도에 올라탈 수 있는 것인데 말이다.

 포드도 그동안 인도를 그냥 한낮 기회의 땅으로만 생각하고 인도의 성장과 본인의 성장을 일체화시킨 실수를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도 마찬가지였다 인도에서 2017년 GM이 철수했고, 2020년에 오토바이 업체인 헬리데이비슨도 철수했다.  


 이후 최신예 공장이었던 구자라트 포드 공장은 인도 업체인 타타차가 헐값에 인수하였다. 타타는 이 공장을 인도의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운영하며 쉴 새 없이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타타차와 거래를 위해 다시 찾아간 공장 곳곳에는 포드의 흔적이 보였다. 포드가 타지 못한 성장 파도를 로컬 대기업인 타타차는 제대로타고 있었다.


인도는 그저 생각하고 바라기만 한다고 무언가 되는 기회의 땅은 아니다. 오히려 더 어렵고 힘든 곳이다. 이런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고 전 세계가 마찬가지일 것 같다.


이전 12화 국제학교라고 다 같은 게 아니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