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달콤한 망고와 풍부한 농산물
부임 후 첫여름은 3월부터 시작됐다.
‘조금 더워지네?’ 하고 생각한 것도 잠시, 곧 40도를 넘어 50도를 향해 달려갔다. 이쯤 되면 낮에는 도저히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하여 외국인, 인도인 할거 없이 여름을 좋아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 여름은 진짜 너무 힘들지 않냐라고 물어보면그래도 여름을 기다리고 있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abhi aam ka season hai, sir" (힌디어로 이제 망고의 시즌이예요!)
공장 라인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특히 더운 여름에 고생을 더 많이 때문에 격려차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꼭 나오는 얘기다. 인도에도 식도락 프로그램이 있는데 거기에 나오는 유명한 인도 여자 셀럽들도 여름은 정말 싫지만 망고 때문에 버틴다라는 망고 지상주의 멘트를 구사한다. 인도에서는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는 망고이다.
‘망고의 시즌이라?’ 매번 망고 얘기를 듣다 보니 나에게도 첫 번째 여름은 무척 기대가 되었다.
인도 전역에는 수십 종류의 망고가 날씨가 더워지는 4월부터 속속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다 몬순이 시작되는 7~8월이 되면 더 이상 만날 수 없다. 망고는 인도에서 단 3~4개월만 만날 수 있는 시즌이 확실한 과일이다.
나는 그동안 주로 태국 망고만 보아와서 태국이 망고의 최대 원산지인줄 알았다. 맛은 주관적인 부분으로 단언하긴 어렵지만 나는 자신 있게 인도 망고는 태국 망고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을 지녔다고 얘기할 수 있다. 모 항공그룹의 회장 사모님은 회사가 세계 각지를 오가기 때문에 세계의 유명한 음식은 다 가져다 먹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 망고는 무조건 인도산을 고집했다는 풍문이 있었다. 어차피 믿거나 말거나한 얘기이지만 나는 인도 망고 맛본 후 그 말을 신뢰하게 되었다.
아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도는 세계에서 망고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이다. 공식, 비공식적인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 망고 생산량에 50~60% 차지하고 있다. 그 종류도 수십 가지로 인도 전역에서 쏟아져 나온다. 각 지역에서 나오는 망고들은 크기도 맛도 조금씩 다르다. 구자라트에 Kutch 지역이 Kesar 망고의 산지인데 내가 가장 사랑하는 과일이다. 마하라슈트라가 원산지인 알폰소 망고도 맛이 훌륭하다.
사실 인도에서 어느 망고가 맛있다고 경쟁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정도이다.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수백 개의 망고 박스가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가격 또한 1킬로에 3천 원 내외로 크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워낙에 망고가 많이 생산되고 농장이 많다 보니 한 사람 건너면 농장주를 알 수 있어 10킬로에 불과 5천 원으로 사 먹기도 하는 호사를 누릴 수도 있다.
호텔이나 식당에 가면 망고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망고로 만든 수백 가지 음식들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망고주스부터 망고카레, 망고케이크까지. 그야말로 망고 축제이다.
인도에 오기 전에는 이렇게 인도 망고가 유명한지 몰랐다. 인도에 지내다 보니 큰 면적에 망고가 자라기 위한 뜨거운 기후 조건은 그야말로 망고 생산의 최적지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도는 이렇게 뜻밖에도 세계에서 생산량을 리딩하는 제품들이 있는데 Cotton (세계 1위), 토마토 (세계 1위), 쌀 (세계 2위), 참깨 (세계 2위), 차/tea (세계 2위), 감자, 양파 (세계 2위) 커피 (7위) 등이 그것이다. 인도인들의 주식인 토마토, 감자, 양파들은 길거리에 널렸고 가격도 무척 저렴하다.
인도에서 느낀 것은 자연에서 나오는 음식이 풍부하고 그 맛도 매우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자라트에서는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야말로 채식의 천국이 안될 이유가 없어 보였다. 회사에 돌아오는 길에 습관처럼 시장에서 망고 몇 개를 집어 든다. 자연에서 주는 선물, 인도 망고는 정말 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