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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vittra Jul 15. 2024

구자라트 젊은 부자와 나눈 대화

인도의 슈퍼리치와 럭셔리 시장

 아파트에 오며 가며 눈인사만 나누던 인도 가족이 있었다.

인상들이 좋아 보이고 친절해 보였지만,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아이들이 친구가 생겼다며 데려온 친구들이 바로 그 인도 가족의 아이들이었다. 단지 내에서 놀다가 친해진 모양이었다.


 며칠 후, 그 인도 가족에게 초대를 받았다. 아내와 아이들은 처음 인도 가족 집에 초대받아 긴장하는 듯 보였지만 인도 젊은 부부들이 어떻게 사는지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들은 전형적으로 부유한 구자라트 젊은 부부였다. 인도에서 흔한 중매결혼이 아닌, 대학교 때 캠퍼스에서 만난 Love Marriage 라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농담 섞어 표현했다. 남편인 미트는 30대 후반으로, 정부 공공기관에서 인프라 관련 사업을 수주하며 몇 백억 규모의 매출을 일으키는 성공한 자수성가 사업가였다. 그의 아버지도 여전히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계신다며, 자신의 힘으로 사업을 일궈냈다는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부자라고 하기에는 그들의 집안은 매우 소박하고 깔끔했다. 화려하기 보다는 검소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식사 중 가장 놀라운 것은 미트가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신용카드는 과소비를 조장한다고 생각해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타 젊은이들과 다른 모습이었다. 그는 구자라트 출신 부자들은 대부분 겉치레를 하거나 자랑하지 않는다고 했다. 델리나 수도권 지역의 부자들은 잘난 척하고 허세를 부리지만, 구자라트의 부자들은 이를 경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도 많은 부자들이 구자라트와 뭄바이 있다고 했다. 생각해 보면 인도에서 아시아 최고 부자들이 많이 배출되었는데, 고탐 아다니나 릴라이언스의 암바니 회장도 모두 구자라트 출신이었다.


 인도가 가난한 나라로 보일 수 있지만, 부자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2006년 학생 때 델리의 럭셔리 호텔을 경험하면서부터였다. 더러운 바깥세상과는 달리 호텔이나 쇼핑몰은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다. 17년이 지난 지금도 인도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거리에 많은 고급차, 쇼핑몰의 명품샵, 호텔의 수준을 보면 인도의 경제 성장을 체감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360 One Wealth Hurun India Rich List 2023에 따르면, 인도에서 슈퍼리치로 불리는 1000크로어 루피(약 1560억 원) 이상의 부자가 1,318명으로 전년 대비 215명 증가했다. 이들은 138개 도시에 분포되어 있으며, 뭄바이, 델리, 뱅갈루르, 하이데라바드, 첸나이, 아메다바드 순으로 많이 거주하고 있다.

인도의 금융 도시답게 뭄바이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10위권 도시 중 구자라트 주에서 유일하게 두 개의 도시가 포함되었는데, 수라트와 아메다바드다. 수라트는 세계적인 다이아몬드 가공지로 인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하나다. 아메다바드 역시 구자라트의 경제 중심지로, 많은 부자들이 거주하고 있다. 참고적으로 한국의 슈퍼리치는 약 100명이 넘는 수준으로 보였다.


 거리의 고급차, 쇼핑몰의 명품샵, 호텔의 수준 등을 통해 인도 부의 증가를 쉽게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인도의 경제 성장과 함께 슈퍼리치들의 증가를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이다.

인도의 슈퍼리치만 재산이 늘어난 것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6~9% 이상의 고성장률을 보이는 시장임을 반증하듯, 인도의 중산층 재산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명품 시장도 몰라보게 바뀌고 있다.


 내가 사는 아메다바드에도 기존의 쇼핑몰은 중산층이 접근 가능한 브랜드만 있었는데, 최근에 오픈한 Palladium 이라는 백화점은 TUMI, BOSS와 같은 고급 브랜드가 새로 진입했다. 삼성도 대규모 쇼룸을 만들면서 고급화 전략에 나서고 있다. 또한 두바이에 기반을 둔 최대 백화점 그룹인 Lulu는 아메다바드에 3000크로어 루피(약 4500억 원)를 투자하여 고급 쇼핑몰을 조만간 착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3년 11월 1일, 인도 럭셔리 명품시장에는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뭄바이에 인도 최대 규모의 럭셔리 쇼핑몰인 'Jio World Plaza'가 오픈한 것이다. 75만 평방피트 규모로, 66개 럭셔리 브랜드가 모두 입점한 이 쇼핑몰은 인도의 기존 쇼핑몰과는 다른 차원의 쇼핑몰이다. Louis Vuitton, Gucci, Burberry, Valentino, Dior, Balenciaga, Rolex, Bottega Veneta, Cartier, Bulgari, Jimmy Choo 등 대표 명품들이 모두 입점했으며, 특히 Tiffany & Co, Versace, Bulgari, Pottery Barn의 브랜드는 인도에 첫 번째 스토어를 Jio World에 냈다. 이 쇼핑몰은 뭄바이에서도 고급 중의 고급 지역인 BKC에 위치하고 있다.

 Bain and Company의 자료에 따르면, 인도 럭셔리 마켓은 2030년까지 2천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여 현재보다 약 3.5배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 슈퍼리치와 중산층의 동시 성장, 빠르게 진화하는 e-commerce와 Tier 2, 3 도시의 급격한 발전이 그 배경이 될 수 있다. 아직 중국의 럭셔리 시장에 비해 작은 인도 시장이지만,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는 인도를 제2의 시장으로 보고 있다. 2022년 럭셔리 자동차 판매는 전년 대비 50% 증가한 3만 8천 대에 달했다. 인도 럭셔리 자동차 시장은 전체 시장의 1%에 불과하지만, 20% 넘는 성장률을 보이며, 2023년에는 약 4만 8천 대가 판매되었다.


 한 경제지는 인도의 럭셔리 시장에 대해 흥미로운 관점을 소개했다. 인도는 더 이상 럭셔리 제품만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세계로 나아가는 인도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인도 셀럽들의 럭셔리 브랜드 앰버서더 지명은 그 시작이라고 설명한다. 2022년 5월, 루이비통 글로벌 앰버서더에 인도인으로 처음 지명된 Deepika Padukone이나 인도인으로는 처음으로 Gucci의 브랜드 앰버서더가 된 Alia Bhatt 등 여러 셀럽들을 언급하기도 하였다. 이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인도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사실 과거에는 인도에 오면 1만 원으로 며칠을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최저가로 몇 달을 배낭여행을 했니 하는 글이 인도 여행기에 올라오기도 했다. 물가가 저렴하고 못 사는 나라로만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인도는 어느 나라보다 수입 공산품이 비싼 나라이며, 명품을 좋아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아이폰도 우리나라 보다 비싸다. 앞으로 분명 인도의 럭셔리 시장은 분명 지금보다 몇 배 이상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명품 회사들의 세계 최대 시장이 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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