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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vittra Jun 23. 2024

다르지만 형제 같은 인도의 두 경제 도시

뭄바이와 아메다바드, 두 도시에 대해

인도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를 뽑는다면 뭄바이가 빠질 수 없다.


 뭄바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상업이 발달한 거대한 도시로 인도의 첨단 금융의 중심지이며, 인도 대기업과 글로벌 다국적 기업의 본사가 위치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바쁘고 가장 비싼 지역 중 하나이다. 인도 영화 발리우드의 중심지이며, 인도의 많은 부자와 탑 셀레브리티들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이다.


 많은 고객사가 뭄바이에도 있기 때문에 미팅을 하기 위해 자주 가는데 아메다바드에서는 비행기로 1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거의 서울에서 부산 가는 느낌이랄까? 여러 번 뭄바이를 방문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는데, 뭄바이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대부분 구자라트 출신 비즈니스맨이라는 사실에 매우 놀라곤 했다. 때로는 구자라티(구자라트 언어)를 하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의문을 품고 지내던 어느 날, 항상 함께 출장을 다니던 직원이 예전 뭄바이와 구자라트, 그리고 아메다바드에 숨겨진 스토리를 얘기해 주었는데, 그때서야 나는 드디어 두 도시에 관계에 대해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뭄바이의 대표하는 ’게이트 오브 인디아‘ 와 ‘타즈호텔’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 후 인도는 봄베이주를 만들었다. 당시 봄베이주는 위쪽으로는 현재 구자라트 Kutch지역에서부터 밑으로는 현재 카르나타카주 일부를 포함한 인도의 17%를 차지하는 거대한 주였다.

 인도는 여러  왕국이 모여진 곳이기 때문에 언제나 분리, 독립의 요구는 많았다. 봄베이주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봄베이주에는 크게 지역어인 마라티와 구자라티를 사용하는 두 개의 커뮤니티로 이루어져 있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 두 집단은 본인들의 정체성을 찾아 새로운 독립된 주를 세우기를 원했다. 분리하는 것은 양 집단이 모두 원했던 바이기에 분리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다만 문제는 바로 당시에도 뜨거웠던 뭄바이가 어느 주에 편입되는가였다.


 사실 뭄바이의 주요 민족은 마라티를 쓰는 마라티 커뮤니티인데, 뭄바이가 상업, 무역의 도시로 성장하기에는 비즈니스에 능한 인도 3대 상인 구자라티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구자라티들은 뭄바이의 경제 성장에 대한 기여도를 감안하여 구자라트주에 편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히 내세웠다. 만약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면 아마도 구자라트주는 지금 인도 경제에서 어마어마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1960년 이러한 언어의 차이로 드디어 봄베이주는 구자라트주와 마하라슈트라주로 분리되었다. 뜨거운 감자였던 뭄바이는 결국 마하라슈트라주로 편입되었다. 구자라트인들은 뭄바이를 구자라트주에 편입시키지 못한다면, 어느 쪽도 아닌 중앙정부 산하 연방자치주로 남겨두자는 주장도 했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장사에 능한 구자라티 상인들은 결국 뭄바이를 떠나지 못했던 것 같다. 마하라슈트라 주지사였던 바가트 싱 코샤리아리는 2022년 7월 행사에서 뭄바이의 경제적 유지는 구자라티 커뮤니티의 자금 덕분이라고 발언한 적이 있었다. 코샤리아리의 발언은 뭄바이의 경제가 구자라티 커뮤니티의 자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고, 구자라티 상인들의 뭄바이 경제적 기여도가 얼마나 큰지를 부각했다. 물론 이 발언은 구자라티와 마라티 커뮤니티 간의 민감한 경제적 및 문화적 관계를 부각하며 논란을 일으켜 주지사는 사과까지 해야만 했지만, 실제 뭄바이에서 구자라티들의 위치를 추정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실제로 뭄바이와 아메다바드 두 도시는 인도 금융 시장에서도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인도 최초의 증권거래소는 뭄바이 증권거래소(Bombay Stock Exchange, BSE)로 1875년에 설립되었다. 두 번째로 오래된 증권거래소는 흥미롭게도 아메다바드 증권거래소(Ahmedabad Stock Exchange, ASE)로, ASE는 1894년에 설립되었으며, 인도의 초기 금융 시장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ASE는 한때 활발하게 운영되었지만, 최근에는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활동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인도 경제지 Business Today는 인도 증권거래소별 각 도시의 증권거래액 기여도를 발표한 자료를 배포했는데, 뭄바이는 FY23년 BSE의 거래액 중 68%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가져갔다. 2위는 아메다바드로 11%를 차지했다. 두 도시가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첸나이, 콜카타, 델리, 하이데라바드, 뱅갈루르 등 인도 대도시를 제치고 아메다바드가 2위를 했다는 사실로도 구자라티 상인들의 엄청난 투자 마인드를 알 수 있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TOP10 도시 중 Rajkot라는 구자라트 중소도시가 뽑힌 것도 놀라웠다.



교통 인프라 확충은 가히 공격적이다. 두 도시 간 인도 최초의 초고속 열차 Mumabi-Ahmedabad Bullet Train 프로젝트가 실시되고 있는데, 이는 지난 2013년 일본 아베 총리와 인도 모디 총리간 협의에 의해 개시된 개발 계획으로 일본 정부의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되었고 많은 일본업체들이 개발이 참여하고 있다. 일본의 적극적인 투자는 우리나라에게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당초 23년 12월에 개통 계획으로 시작되었으나 토지수용 문제가 이슈가 되어 4년 이상 지연되었으며, 현재 26% 공정률로 개통은 2027년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마지막 종착역인 뭄바이 BKC 지역 역사 토지 이슈가 해결되었다는 소식도 들어왔다. 총길이 508km를 최대 속력 320km/h로 달리며 뭄바이-아메다바드간 소요시간을 1시간 58분으로 획기적으로 감축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650Km 길이의 대형 고속도로도 25년 개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결국 두 도시는 헤어졌지만 형제처럼 다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사연들을 듣고 나니 어쩌면 뭄바이에 구자라트 출신들이 이리 많은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 이후 뭄바이 고객사와 상담할 때는 꼭 어디 출신이냐고 물어본다. 십중팔구는 구자라트 출신이라고 하기 때문에, 나도 구자라트에 산다고 너스레를 떨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간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델리에 가면 불편하고 하루 종일 긴장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지만, 뭄바이에 가면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낀다. 고향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과 같은 이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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