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놀라운 인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인도의 특별한 CSR 활동을 경험하며
요즘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매우 일반적이다. ESG 활동이 기업의 평가 기준이 되는 이때,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투어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홍보한다.
사실 인도에 오기 전까지는 대부분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의 글로벌 기업들만 이런 활동을 주로 한다고 생각했다.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는 기업이 성장하는 것이 더 급한 목표이기 때문에 그런 요구에 응답이 적을 것이라 여겼다. 그리고 있다 하더라도 모범을 보이는 기업이 얼마나 될까 의심도 했다. 하지만 실제로 와보니, 인도는 기업의 역할에 대해 어느 나라보다 요구가 많은 나라였다.
인도는 CSR,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강제하는 세계 유일의 국가 중 하나다. 심지어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벌금이나 기타 제재도 가할 수 있다.
2013년에 개정된 인도 회사법 (Companies Act, 2013)에 따라 일정 기준 이상의 기업은 연간 순이익의 2%를 CSR 활동에 사용해야 한다. 인도 회사법의 CSR 조항은 기업의 순자산이 500크로어 루피(약 6,700만 달러) 이상이거나 연간 매출이 1,000크로어 루피(약 1억 3,400만 달러) 이상, 또는 연간 순이익이 5크로어 루피(약 67만 달러) 이상인 경우에 적용된다. 이 세 가지 조건 중 한 가지라도 해당하는 기업은 CSR 위원회를 구성하고, CSR 정책을 수립하며, CSR 활동을 연간 보고서에 포함해 공시해야 한다.
이 법률의 도입 배경에는 인도의 급격한 경제 성장 속에서 발생한 심각한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의도가 있어 보인다. 인도는 인구가 많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적극적인 사회적 책임 수행이 필요하다. 어쩌면 정부의 역할을 떠넘기는 것 같기도 하지만, 기업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크지는 않지만 한국 기업의 해외법인으로 있던 우리 회사도 인도에서 CSR 활동은 필수적이었다. 그리고 매우 여러 방면에서 이루어졌다. 기억나는 처음 했던 활동은 공장 인근 마을에 있는 여학생들의 낙후한 기숙사를 리모델링하는 것이었다. 회사의 엔지니어들과 전문 기사들을 불러 무너진 벽과 기숙사 내부를 보수하고, 화장실을 고쳐주고 컴퓨터를 기증했다.
기숙사를 리모델링 후 처음 오프닝 세레머니를 하러 갔던 날은 잊을 수 없다. 환영식 같은 것은 모두 하지 말아달라고 그렇게 신신당부했지만, 우리를 손님으로 맞이하는 그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더운 날씨에 아이들이 모두 밖에 나와서 악기를 연주하며 우리를 환영했던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또 어린 소녀가 혼자 앉아 꾹꾹 눌러 담은 감사 편지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기숙사 안에 들어가자 빼곡한 침대에 수십 명의 여자 아이들이 우리를 반겼는데, 하나같이 크고 순수한 눈망울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 부모의 형편이 좋지 않아 아이를 맡기는 기숙학교 같은 곳이었는데, 기숙학교 내부가 너무 더워서 어떻게 지내는지 정말 걱정이 되었다. 에어컨을 달아주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이런 CSR 활동은 비즈니스와는 다른 경험이었다. 이후에는 좀 더 나은 방식으로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과 아이디어를 내서 태양광 발전소와 태양광 가로등을 설치해주고, 학생들에게 멀티미디어 교육 장치를 설치해주었다. 공장 인근 병원에 물품을 지원하고 리모델링도 실시했다. ITI라는 직업학교에 지원할 때는 우리 회사 엔지니어가 직접 가서 철강 관련 교육도 시켜주고, 실제 공장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도 공유해주는 등 경험 공유도 시작했다.
또 특별했던 것은 인도의 문화재 보호를 위한 환경 개선 작업이었다. 아직 인도는 부족한 지원으로 실제 소중한 문화재에 대해 관리가 매우 부실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회사에서 생산한 PosArt라는 제품으로 직접 문화재 안내판을 설치하였고, 이를 통해 회사도 알리고 문화재 관리에 지원까지 가능하였는데 이에 대한 인근 주민들의 호응이 정말 좋았다.
이러 모든 활동들은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학교 리모델링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고, 헬스케어센터 리모델링은 많은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태양광 가로등 설치는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크게 개선시켰다.
단순한 물품을 지원부터 지속 가능하도록 태양광 발전소와 교육, 그리고 문화재 보존 사업까지 진행하면서 작지만 우리도 인도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들었다.
몇 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CSR 활동은 단순히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넘어, 직원들과의 신뢰를 쌓고 회사의 장기적인 성공을 위한 중요한 전략임을 알게 되었다. 결국, CSR 활동은 단순한 사업 활동이 아니라, 사회와의 깊은 유대와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경험이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나는 사회적 책임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