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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의 사회복귀

3월 2주 차, 잘 적응하고 있어요!

by 강진경

3월 2주 차가 되니, 몸이 좀 적응이 되었는지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한결 나아지고, 교무실에서 사진을 찍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또, 막상 복직을 하고 나니 복직을 하기 전보다 심적으로는 더 편안해졌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마음이 '나는 잘할 수 있어'라는 확신과 기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우리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걱정하는 일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어쩌면 영영 일어나지 않을 일인데 그 걱정과 두려움이 우리를 방해하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


특히 암 환자들은 전이와 재발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큰데 나 역시 복직을 앞두고 그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렸다. 암 환자의 사회 복귀에는 여러 어려움이 따르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걱정했던 건,

사회로 복귀하는 순간 암에 걸렸던 이전의 환경으로 돌아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예전처럼 스트레스를 받고, 잘 쉬지 못하고, 잠이 부족하고, 몸이 피곤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 이제 식단관리도, 규칙적인 운동도 쉽지 않을 텐데, 행여나 내 몸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 그러나 걱정을 멈추고 일단 실행해 보니, 그런 불안한 마음은 줄어들고, '혹시나' 하는 마음은 '어떻게'로 바뀐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운동을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건강한 식단을 챙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몸을 빨리 회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자, 길이 보이기 시작하고, 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든 문제는 마음에 있었고, 그 해답도 마음에 있었다. 만일 내가 사회로 복귀하는 것이 무서워서, 다시 직장인이 되는 것이 두려워서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물론 건강을 위해서는 직장을 그만두고 쉬는 편이 훨씬 나을 수 있다. 하지만 해보지도 않고, 가보지도 않고, 나의 직업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내가 암 진단을 받고 세웠던 목표 중 하나가 학교로 돌아가 학생들을 만나는 것이었기에, 나는 단 1년만이라도 다시 교단에 서고 싶었다. 나의 병기를 모르고, 앞으로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암 환자가 되었다는 두려움과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혀 있을 때 나를 일으켜 세운 것은 바로 내가 살아야 하는 목표를 세우는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치료를 마치면 학교로 돌아가 다시 학생들을 가르쳐야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3년 만에 그 꿈은 현실이 되었다.


다시 돌아온 학교는 많은 것이 변했지만 아이들과 함께했던 잊지 못할 추억들은 학교 곳곳에 남아있었다. 함께 교실을 꾸미고, 운동장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기쁜 일을 함께 나누고, 학생들과 함께 성장했던 나의 2,30대. 교직을 떠나있는 동안 나는 네 권의 책을 썼고, 유튜브라는 새로운 일에도 도전했지만 교직에서 느끼는 보람과 행복은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다시 시작한 나의 꿈. 가르친다는 것은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라는 어느 노랫말을 마음에 새기며 난 다시 꿈을 꾼다. 부디 다시는 아프지 않기를. 지금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 내 꿈을 이어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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