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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가 직장에서 살아남는 법

3월 4주차 기록

by 강진경

암을 진단받고, 투병생활을 마친 후 직장에 복직한지 어느 덧 한 달이 되어 간다. 직장에 복귀를 하고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어떻게든 그동안 쌓아온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복직을 한 후로는 수면 시간, 걷는 시간, 식단, 운동량 등 이미 모든 게 달라졌다. 다른 건 차치하더라도 운동만은 계속 해나가고 싶었다. 일과 운동, 육아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내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문제였다.


문제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도저히 운동할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퇴근하자마자 아이를 데리러 가기 바쁜데 언제 요가를 할 수 있을까? 아프기 전에도 학교를 다니며 운동을 하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씻기도 바쁜데 어떤 시간을 쪼개어 운동을 할 수 있을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어떻게든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복직을 하고 이전의 삶과 유일하게 나를 이어주는 통로가 있다면 그게 바로 요가여야 했다.


결국 퇴근 후 소은이를 데리고 요가원에 가기로 했다. 저녁을 늦게 먹고, 밤에 잠을 늦게 자는 한이 있더라도, 운동은 꼭 해야 하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아이와 함께 요가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러기에 소은이의 나이가 너무 어렸다. 7살 아이가 어른들 사이에서 요가를 하는 것은 나에게도, 또 소은이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골똘히 생각한 끝에 내가 선택한 방법은 아이를 요가원 바로 옆에 있는 학습지 센터에 보내는 것이었다.


다행히 요가원 옆에는 눈높이 센터가 있었는데, 요즘은 선생님이 집에 오시는 방법 외에도 이렇게 아이가 센터에 와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자기주도학습 센터를 갖추고 있었다. 마침 그런 장소가 요가원 옆에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결국 내가 요가를 할 동안 아이는 센터에서 공부를 하는 걸로 합의점을 찾고, 엄마와 아이의 동행이 시작되었다. 그 덕에 그동안 실컷 놀기만 하던 일곱 살 꼬맹이도 책상 앞에 반강제적으로 앉게 되었고, 나는 예전처럼 요가를 해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퇴근 후 주 3회 요가수련을 무사히 해낸 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다행히 아이도 눈높이 수업을 재밌어했고, 나는 앞으로도 이렇게 운동을 해나갈 수 있을 거라는 마음에 무척 기분이 좋았다. 요가의 힘은 대단했다. 신기하게도 요가를 하기 전 솜이불에 빠진 것처럼 무거웠던 몸은 수련 후 새털처럼 가벼워지곤 했다. 머리 또한 자고 일어난 것처럼 맑아지곤 했는데 이렇게 에너지가 바닥난 상태에서 요가를 하니, 우리 몸은 요가를 통해 에너지가 회복된다는 것을 더 극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암 치료 후 지금처럼 요가가 절실했던 적이 있었던가. 어떤 날은 너무 지쳐 요가를 하며 꾸벅꾸벅 졸기도 했지만, 결국 요가는 내게 새 학기를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젊은 유방암 환자, 특히 자녀가 어리고, 일까지 해야 하는 워킹맘이라면 직장 생활을 하고, 아이를 키우며 운동까지 하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 환자들은 운동을 어떻게든 해야 한다. 우리에게 운동은 건강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사항이니까!


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씁니다. 동안 잘 지내셨나요? ^^


그간 개인적인 사정으로 멈추었던 연재를 이제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우선 서랍 속에 담아둔 글들을 하나 둘 씩 꺼내보려해요. 이 글들은 작년에 복직을 하면서 적어둔 것들이고, 벌써 복직을 한 지도 1년 반이 지나가네요.


글을 읽으며 제가 많이 소홀해졌음을 느낍니다. 지금은 이때처럼 운동도, 식단도 잘 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지난 날의 기록이 오늘의 저를 반성하게 하네요. 이것이 글 쓰기의 또 다른 힘이기도 하지요!


브런치 연재를 재개한 것과 동시에 이때의 초심을 기억하며 다시 제 건강을 위한 관리도 시작해 보려합니다. 예전처럼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단도 신경쓸게요. 혹시라도 저와 같은 상황에 계신 분이 있다면 댓글 달아주세요. 같이 쌰으쌰 힘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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