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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직장인의 식단 관리

건강한 음식이 건강한 나를 만든다

by 강진경

나는 암에 걸리고 나서야 운동과 식단의 중요성을 알았다. 운동을 싫어하던 내가 필라테스와 요가를 통해

운동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고, 수술 후 꾸준히 운동을 하며 몸을 관리했다. 퇴근하고 운동까지 가면 너무 피곤할 것 같지만, 운동을 하면 그날에 쌓인 피로가 풀리고 에너지가 회복된다. 지금은 일을 안 할 때보다 오히려 더 열심히 요가를 하고 있고, 불가능할 것 같던 스케줄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물론 운동을 하는 대신 저녁이 늦어지고, 예전처럼 식재료를 사서 음식을 해 먹지는 못한다. 대신 좋은 재료로 건강한 반찬을 만드는 반찬집에서 반찬을 사 먹고, 주말에 미리 한 주 동안 먹을 간식들을 준비한다.


예를 들면 고구마를 찌고, 양배추를 썰어두고,

사과를 사고, 상추를 씻어두는 일들. 예전에는 사과, 당근, 양배추 주스를 직접 갈아 아침마다 먹었다면

지금은 갈아진 주스를 배달시켜 먹고, 유기농 달걀을 사서 매일 아침 찜기에 찌는 대신, 좋은 달걀로 만든 반숙란을 사서 아침 대신 먹는다. 물론 내 손으로 직접 하는 것보다 좋지는 않겠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환경이 바뀌면 그에 맞게 적응을 해야지, 모든 걸 잘할 수는 없다.


운동이야, 시간을 내어하면 된다지만 직장에 나가기 시작하는 순간 관리하기 더 어려워지는 건 바로 식단이다. 암에 걸리고 나서 여러 음식들을 가려 먹지만, 평생 특정 음식을 안 먹는 일은 사실 쉽지 않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절대 먹지 않으려고 하는 게 있으니 바로 술과 가공육, 그리고 탄산음료이다. 그런데 얼마 전, 복직하자마자 교직원 회식 장소가 부대찌개 식당인걸 보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우리가 식당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식탁마다 4인분의 부대찌개가 올라와 있었고, 부대찌개 외에는 다른 메뉴도, 다른 반찬도 없었다. 결국 그날은 콩나물과 김가루에 밥을 비벼 먹으며 꾹 버텼다. 그러나 그 후로도 급식에 부대찌개가 나올 때마다, 소시지 볶음과 베이컨이 나올 때마다, 나는 남몰래 한숨을 쉬어야 했다.


이런 일이 비단 부대찌개뿐이겠는가. 그동안은 피해왔던 수많은 음식들이 나를 유혹했고, 결국 나는 조금씩 그 유혹에 넘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특히 교무실에서 동료 선생님들이 달콤한 빵을 드실 때는 '에라, 모르겠다!'하고 함께 빵을 먹기도 했다. 수업을 하면 배가 고프고 허기가 지는데 그런 상황에서 눈앞에 놓인 간식을 안 먹기란 쉽지가 않다.

집에 있을 때는 활동량이 많지 않으니 아침에 간헐적 단식을 하거나, 샐러드로 식사를 대신하고도 간식을 먹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오후에 뭐라도 먹지 않으면 기운이 빠져서 일을 할 수가 없다. 게다가 퇴근 후 운전을 하다 보면 졸음이 쏟아지는 통에, 급기야 차에 있는 아이용 간식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끊었던 각종 과자와 초콜릿을 한두 개 먹다 보니, 뱃살이 찌기 시작했고, 결국 이런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건강한 간식을 챙겨다니기로 했다. 과자 대신 먹을 신선한 견과류를 구입하고, 우유 대신 먹을 아몬드 음료를 주문했다. 입이 심심할 때 먹을 누룽지를 가방에 가지고 다니고, 커피 대신 먹을 수 있는 차를 교무실 책상 위 눈에 띄는 곳에 두었다.


이처럼 매일 건강한 음식만 먹는다는 건, 바쁜 와중에도 운동을 간다는 건,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안다. 비록 힘들더라도, 나는 평생 이렇게 식단과 운동을 관리하며 살아야 함을. 그리고 믿는다. 이 노력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며, 나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 것임을.

부디 지금의 노력이 빛을 발휘해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사회복귀를 하고서도, 내가 평생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으면 좋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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