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로 가득한 금요일 밤
요즘 수술 후 건강을 회복한다는 이유로 하던 일도 멈추고 쉬고 있는 중이다.
나는 그래도 0기였기에 수술도 방사선치료도 비교적 간단하게 끝났지만
오만가지 부작용 덩어리인 호르몬 약이 시간이 지날수록 본성을 드러내는 중이다.
가장 힘든 것은 종종 걷잡을 수 없는 내 감정 ㅠㅠ
지금은 비교적 잔잔한 감정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종종 기분이 나빠진다.
그냥 가라앉아 나빠진 상태가 며칠을 갈 때가 있는데 이럴 때는 그간 잘 넘기던 일들이
뾰족한 침이 내 속을 찌르듯 아주 불쾌한 상태로 훅 변해버리고...
마침 상대가 가족이라면 나는 가감 없이 내 어두운 감정을 상대에게 던져버린다.
암튼, 이번에도 저런 상태로 부모님에게 히스테리 부리 듯 쏟아내고 몇 주가 흘렀다.
'왜 싫다는 것을 계속 권유하는 걸까?
내가 지금 몇 살인데, 나 좀 가만 두면 안되나?
왜 이렇게 싫다고 거절해야 하는 상황을 내게 만들어 들이밀까?
몸이 안 좋은 나를 생각하면 집안의 스트레스는 좀 나에게 안 닿게 하지 못하나? ' 등등
나름 나의 행동에 대한 비겁한 변명을 되뇌던 초기엔 시간이 지날수록 죄책감과 우울함은 더 짙어져만 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조절을 남에게 풀어버리며 하려는 나의 미성숙함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물론, 빌어먹을 호르몬 약이라는 원인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성숙한 사람은 나처럼 남에게 내 날 감정을 보이진 않을 것이다.
한동안 초조한 마음으로 다시 평온한 나로 돌아가기 위해 책도 마구 빌려오고,
이것저것 영화도 돌려보고, 만화도 보고... 하다가,
마침 2학기 수강생을 모집하는 동네대학의 평생교육원 클래스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이렇게 쉴 때 아니면 이런 걸 언제 시간 내서 들어보겠어? 결심했엇!'
두둥!
그래서 힐링 시 창작과 타로심리기초 두 개를 수업 시작 바로 이틀 전에 신청하게 된 것이다.
이번 주에 첫 수업을 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생소한 내용의 수업을 들으니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라고 할까..... 했는데, 숙제가 있다.
시 창작 숙제는 금요일까지 시 한 편씩 제출하는 것이고, 타로카드는 다음 수업까지 카드 그림 속 상징을 외워야 한다.
숙제는 좋다.
나는 능동적으로 학습하는 형이 아닌지라 박사과정 때에도 "슬슬 알아서 능동적으로 연구주제 찾아와"라는 스타일이 안 맞는다고 지도교수에게 나를 제발 푸시해 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브런치 연재도 강제적으로 일주일에 최소 하나라도 글을 쓰자라는 생각으로 하게 된 것인데, 자꾸 한 주 내내 글감을 머리로만 생각하고 글은 연재일 전인 금요일 밤에 쓰게 돼서 주초에 미리 써놓으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안된다. 지금도 금요일 밤 10시..ㅠ,,ㅜ).
오늘 창작시 숙제도 카톡에 숙제 보내라는 알림글을 보고 마침 드라마 틀어놓고 그림그리며 보다 떠오른 것을 후다닥 써서 보냈다 (조금 더 다듬고 늘려볼걸..이라는 후회가 된다 ㅠㅠ).
글쓰기나 시쓰기나 이렇게라도 연습하면 지금보다 조금 더 여유있는 금요일을 보낼 수 있으려나...
암튼 후회 많은 오늘 밤도 슬슬 끝나간다.
“If you have a garden and a library, you have everything you n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