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관심사
새해가 벌써 3일이나 지났다 (시간 정말 빠르다..ㅠㅠ). 블로그나 브런치를 보다 보면 새해결심, 새해계획, 연말결산 같은 글들이 자주 눈에 띈다. 나는 새해 계획을 아주 구체적으로 세워 적어두는 편은 아닌 것 같다. 매년 1월이면 머릿속으로는 분명 많은 계획을 세우지만, 그 계획들은 12월이 오기 전까지 수없이 수정되거나 방향이 바뀌거나, 조용히 사라지곤 했다.
올해도 ‘계획’보다는 ‘걱정’과 ‘관심사’들이 머릿속에서 먼저 줄을 섰다.
첫 번째 관심사는 건강이다.
부모님의 건강은 예전 같지 않아, 신경 써서 살펴봐야 할 부분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 그래도 관리를 잘하셔서 오래도록 건강하고 평안한 일상을 이어가셨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크다.
그리고 작년, 예상치 못한 암 진단과 수술을 겪은 나 자신의 건강 관리도 또 하나의 큰 걱정거리다.
수술은 끝났지만, 계속 복용 중인 호르몬 약은 여러 부작용이 알려져 있고, 그 신호들이 하나둘씩 내 몸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불면증, 늘어나는 뱃살, 관절 통증 같은 것들이다.
지난번 병원 중간 점검에서 이런 부작용 이야기를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약을 끊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다. 결국 이 증상들은 내가 스스로 관리하고 다스려야 할 몫이 되었다.
문제는 쉬는 동안 익숙해진 게으른 생활이다. 예전에는 주 3회 정도 하던 러닝머신 운동도 이제는 일주일에 한 번 하기도 버거워졌다. 여기에 발가락 관절염 증세까지 심해졌다가 나아지기를 반복하면서, 그나마 하던 운동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운동을 피할 수 있는 그럴듯한 핑계가 생긴 셈이기도 하지만.).
요즘은 손가락 관절도 종종 아파온다. 더 늦기 전에 관절을 어떻게 다스릴지,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올해는 무엇보다 부모님뿐 아니라 나 자신의 건강 관리가 새해 관심사 1순위로 올라왔다.
두 번째는 다시 시작한 센터 운영과 나의 전문 분야 일의 확장이다.
걱정보다는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에 가깝다. 하지만 내가 배운 전문 지식을 활용해 누군가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고, 가치 있는 일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만큼 보람 있는 일도 없을 것 같다.
배운 만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일은 나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공통으로 가져야 할 책임이자 사명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잘 해내고 싶은 마음과,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함께 따라오는 이유다.
세 번째는 사람과의 연결이다.
한창 MBTI가 유행할 때 해보면 나는 ISTJ, ISFP, INTJ 등.. 결과가 매번 조금씩 달라지지만, 변하지 않는 건 늘 I라는 점이다. 젊었을 때에는 동호회 활동도 신나게 하고,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것도 좋아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혼자 보내는 시간이 편해졌고, 사람을 만나는 일도, 노는 일도 예전만큼 즐겁지 않게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부터 일부러 사람 많은 곳을 피하고, 북적이는 환경을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동문회처럼 정기적으로 나가는 모임도 없고, 아주 가까이 지내며 가끔 만나는 지인들을 제외하면 인간관계가 꽤 협소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제는 사람을 만나는 일에 대해서도 조금은 다시 생각해봐야 할 나이가 된 것 같다. 젊을 때는 혼자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지금 돌아보면 근거 없는 자신감에 차 있었지만,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조금씩 실감하게 된다.
나 혼자 잘나서 해내는 일은 없다. 사람들은 서로 기대고, 조금씩 도움을 주고받으며, 그렇게 사회가 그럭저럭 굴러간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그래서 올해는 마음을 조금 더 열고, 두루두루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도움도 주고받는 방향의 사회생활을 해보려고 한다.
올해의 계획은 분명하지 않지만, 관심사는 분명하다.
몸을 돌보고, 일을 이어가고, 사람과의 연결을 완전히 놓지 않는 것.
이 세 가지만 지켜낼 수 있어도, 올해는 충분히 잘 살아낸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