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제로에 도전
비 오는 날은 한적한 카페의 창가에 앉아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면서 독서를 하고 싶다.
현실은 우선 세수를 하고 그 뒤에 창밖을 한번 본 뒤 장대비를 뚫고 나갈 것인가 말 것인가 한번 더 고민을 해본다. 나가기로 결정이 됐으면 책을 한 권 고른뒤에 에코백에 넣고 한숨을 한번 쉬고 나서 이 비를 뚫고 굳이 가로로 내리치는 비바람을 맞으며 창가에 자리 잡고 책을 편 다음에 핸드폰을 본다. 가방에 있는 책은 이미 비를 맞아서 젖어있을 것이다. 오늘 카페에 오신 분들은 이 과정을 거치고 궂은 날씨를 헤쳐가며 오신 분들이다. 비 오는 창가에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낭만은 있지만 이 과정은 너무 번거롭다. 그리고 솔직히 커피보단 파전에 막걸리 쪽이 더 당기는 날이다.
서울에는 어제도 비가 많이 왔고 오늘도 많이 온다고 한다.
카페의 정식 오픈 시간은 10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날씨를 검색하고 어젯밤에 이미 확인했던 비 소식을 한 번 더 확인하고 다시 누웠다. 굳이 날씨를 확인하지 않아도 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오늘은 그냥 문 닫고 쉬자는 마음이 80%.. 카페들이 생각보다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렇게 다시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로 날씨를 보고 있는데 카페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오늘 저녁에 방문할 예정인데 주차가 가능한지를 물어보셨다. 질문에 대답해드리고 전화를 끊었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오늘 같은 날은 손님이 한두 팀도 오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전화를 받고나니 나가야겠구나 싶어서 11시에 오픈을 했다. 아마 저녁에 오신다며 전화하셨던 그 손님은 안 오실 것이다. 이런 예감은 슬프게도 틀린적이 없다. 비가 이렇게 오는 날의 운전은 위험하고 대중교통은 번거롭다고 생각하기때문에 이해가 된다.
비가 너무 많이 오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스피커를 통해 나온다. 오늘은 날씨 탓에 손님이 없을 거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커피머신 세팅을 해놓고 쿠키도 구워놓고 다시 아메리카노 한잔을 내렸다. 정말 예쁜 감옥에 갇혀있는 느낌이다.
오늘은 한적한 카페의 창가에서 커피 한잔하고 싶은 분들을 대신해서 내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