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을 생각하는 분들께
겉으로 보기에 잘 다니고 있는 회사를 그만두고 굳이 이 시국에 자영업을 왜 하냐며 말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카페로 선택한 이유는 멍청하게도 주변은 온통 카페뿐이고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기에 진입장벽이 낮다고 생각했으며 카페 사장이라니 괜히 멋진 느낌이었다.
식당도 많지만 카페는 더 많고 생두 값도 오르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생두가 비싸져서 커피는 결국 사치품이 될 거라는 기사들도 종종 올라왔고 카페 운영이 쉽지 않을 거라는 얘기는 수없이 들었다. 자영업자 카페에서도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창업을 하고 싶다는 글에는 대부분 그냥 회사를 다니라는 댓글들 뿐이었다. 아무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말리고 있었다.
커피머신 등 장비를 알아보러 다니던 시점에도 여름이 성수기라 보통은 여름 지나고 가을 겨울에 중고제품이 시장에 많이 나오는데 코로나 때문인지 폐업하는 카페들이 많아져 여름에도 중고 매물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했고 코로나로 인해 실직이나 퇴사를 한 분들도 많으신지 중고로 나온 매물들은 바로바로 거래가 된다고 들었다. 인테리어에 필요한 나무와 자재들도 작년보다 1.5배 올랐다는 온통 반갑지 않은 이야기들 뿐이었다. 아무튼 창업에 좋은 시기가 아니었던 것은 확실히다.
나는 추진력이 부족하고 게으른 사람이다. 꼼꼼한 척하면서 그렇지도 못하다. 부정적인 말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척 했지만 내가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내가 가진 추진력은 카페를 하겠다고 결정하는데 다 써버렸다.
상권분석은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그전에 타깃 설정을 먼저 해야 한다. 나의 초반 타깃은 20~30대 여성들이었고 오피스 상권은 러시가 심하니 주택가 골목 안에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만 해왔다. 대학가는 복잡할 것이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것도 힘들테니 외진 골목 어딘가였으면 했다.
외진골목 어딘가에서 소소하게 운영하다 보면 은근히 커피와 디저트 맛집으로 입소문 나고 결국엔 나도 모르게 대박나는 상상을 했다.
내가 원한 상권 자체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좋은 상권은 아니었지만 나는 이 글에서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는 상권분석을 전혀 하지 않았고 부동산에 갔던 그날, 하필이면 그 순간에 나온 망할 추진력으로 계약을 해버렸다.
그리고 지금의 카페는 서울의 주택가 안 외진 골목 어딘가에 있고 너무 외진 곳이라 유동인구가 거의 없다는 것이 최대 단점이며 장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생각한 상권이었다.
상권분석이 중요하다고 느낀 것은 카페 오픈 후 성수, 송파 등 카페거리를 갔을 때였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과 줄까지 서있는 카페와 밥집들. 아 이래서 상권분석이 중요하다는 거였구나!
카페 오픈 뒤에 생각보다 더 많이 체력적으로 지치고 힘이 들었다. 전부 처음 해보는 일이었다.
대신 월요병이 사라졌고 월요일 오전마다 하던 회의 때문에 일요일 오후부터 오는 일시적 불안감도 사라졌다. 출퇴근 시 걸리던 왕복 3시간 반의 시간이 나에게 더 생겼으며 나와 맞지 않는 동료를 매일 안 봐도 된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다. 모든 결정은 나 혼자 하면 됐고 기안서를 작성한 뒤에 윗선에 보고하고 결재받을 일이 없어졌다. 하지만 그 뒤에 따라오는 책임감이 커지고 회사에서는 기한이 있는 업무였다면 어떻게든 기한 내 처리했을 것이지만 지금은 내가 결정하지 않으면 한없이 늘어지게 됐다.
그리고 5일 근무 후 이틀 동안 주어지던 일상 속의 쉼표 하나도 함께 사라졌다.
나는 30대 후반의 미혼여성이다. 나의 카페 근처에 어느 순간 대여섯 개의 카페가 생겼다. 지금도 오픈 준비로 공사 중인 곳도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이 생길 것이다. 물론 나도 대여섯 개의 카페 중 선발대였다. 어느 날 카페 근처의 헤어숍에서 머리를 자르며 원장님과 장사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근처 카페 사장님들의 나이를 알게 되었다. 다들 이십 대 후반에서 많아야 삼십 대 초반이라고 하셨다. 예약조차 하기 힘든 식당의 사장님도 삼십 대 중반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이십 대 후반에 뭘 했을까. 그리고 삼십 대 초반에는 어떤 것을 하고 있었을까. 자본금은 둘째치고 그 당시의 나에게 자본금이 있었다 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그 나이의 나에게는 용기가 없었다.
2년 전 스타트업 면접을 본 경험이 있다. 그 회사의 대표님과 경영진들 모두 나보다 어린 나이였고 헤드헌터에게 들은 사실로는 경영진 모두 30대 초반이라고 했다. 코로나로 몇 개의 업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회사들의 실적이 저조해지는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성장하고 있었고 구성원 역시 스타트업이라고 하기엔 규모가 있었다. 그리고 수년 안에 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말이 나를 흥미롭게 만들었다. 그런 회사를 나보다 어린 친구들이 이끌어가고 있던것이다. 결과적으로 합격은 했지만 당시 개인적인 상황으로 이직을 포기했었다. 그리고 갑자기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보니 회사는 그 사이에 더 크게 성장했고 앞으로도 성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창업을 고민하시는 분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이 글을 쓰고 있는 세상 게으른 나도 이만큼 하고 있으며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적어도 나보다는 잘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내 쓸모없는 추진력이 나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망해도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망하자! 였다.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며 100세 시대라고는 하지만 내가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나이가 100세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