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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naine Aug 08. 2022

카페를 운영하면 안 되는 사람

나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가끔 극도로 예민할 때에는 소음에 민감하다.

밥 먹을 때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이 쩝쩝거리며 소리 내서 먹으면 함께 식사하고 싶지가 않다. 심지어 남자친구가 쩝쩝거리며 먹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그 사람에 대한 매력도 확 떨어졌다.

회사 옆자리에서 볼펜을 딸각거리거나 한숨을 자주 크게 쉬고 코를 훌쩍거린다거나 기침소리, 심지어 손톱을 깎는 사람들도 있어서 그런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하면 그런 날은 업무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아저씨들이 많은 회사에서는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가 되면 먹은 점심을 소화시키는 트림 소리로 가득하다. 제발 점심을 안 먹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이런 모든 소음들이 싫다.

여행을 갔던 어느 날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지 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서 잠에 들지 못했다. 그날 밤은 시계의 건전지를 빼놓고 시계를 멈춘 뒤 아침에 다시 시계를 맞춰놓고 나왔다. 한두 번 있었던 일이 아니다.

내가 8년간 근무했던 회사는 업무시간만큼은 지극히 개인적이었다. 도서관처럼 조용한 그 분위기가 좋았다. 업무에 온전히 집중을 할 수 있었다. 사람이 바뀌면서 온갖 소리들이 들려올 때도 있긴 했지만 근무시간만큼은 적막할 정도로 조용했다. 나의 전임자는 그 분위기를 견디지 못해 3개월 만에 퇴사했다고 들었다.


이런 과도한 예민함이 있는 내가 카페를 운영하고있다. 카페는 처음 보는 많은 사람들이 오는 장소다. 카페이다 보니 음식을 먹는 쩝쩝거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가끔 테이블이 가득 차서 사람들이 많을 때는 대화 소리로 카페가 울린다. 그럴 때는 음악을 좀 더 크게 틀어놓았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싫었다. 나도 그렇듯 대부분의 대화 주제는 자신이 속한 생활과 환경에 대한 불평과 불만을 친구와 지인들에게 털어놓는 것이다. 나도 사는것이 쉽지않고 나의 친구들의 불평을 들어줘야 하며 가끔은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기도 하는데 내가 모르는 사람들의 불평까지 듣고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 매출에 신경을 쓰면서 카페 안에 손님이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인지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고 이런 나의 성격은 아무리 생각해도 카페와 맞지 않는다.


게다가 안면인식 장애도 있는듯하다. 처음 뵌 분 같은데 지난번에 이거 먹어봤는데 맛있더라 하며 메뉴판 앞에서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다. 코로나로 다들 마스크를 쓰고 다니셔서 그런가 보다 하고 핑계 삼고 있지만 확실히 안면인식 장애가 있는 것 같다. 동생의 친구가 카페를 벌써 몇 번을 다녀왔다 했는데 단 한 번도 알아보지 못했다. 단골인지 아닌지 구분을 할 수가 없으니 아는 척을 할 수도 없다.


카페 사장이 안면인식 장애를 가지면 제일 큰 단점은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는 것이다. '디저트 보관방법은..'이라 말하면 네 알아요 하면서 포장해서 가셨던 분들이 몇 분 계셨다. 그러고 나면 아 내가 저분을 기억을 못 했구나! 싶다.


두세번 오셨던 고객님들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해결방법은 찾아가고 있지만 나의 유독 예민하고 병적인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소음들의 해결방법은 오픈 후 얼마되지않아 답을 찾았다. 해결책이 생기니 오시는 손님들 뿐 아니라 나도 편해졌다. 내가 바쁘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무언가에 집중을 하면 되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는 독서를 했었고 그다음에는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요즘은 이렇게 노트북을 켜놓고 글을 쓴다. 나의 비싸고 예쁜 작업실에 가끔씩 손님들이 커피마시러 놀러오시는 것 뿐이다.


그렇게 나름의 생존방법을 찾아가며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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