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싶어요
어제는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카페 오픈은 6개월 조금 지났지만 굳이 부지런떨며 보건증과 위생교육은 1년 전에 받아뒀다. 1년에 한 번 갱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아서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였다.
요 며칠 온라인으로 위생교육을 받고 구청에 간 김에 여권도 재발급받고 차량등록증도 받고 보건증도 갱신하고 영업신고증도 재발급받았다. 정말 정신없는 오전이었다.
대충 일을 보고 카페로 오니 배가 고팠다. 며칠 동안 밥을 못 먹었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하며 다시 나가서 정말 오랜만에 밥을 먹고 카페로 돌아왔다. 카페로 다시 돌아와서 둘러보다가 '보나 마나 손님 없을 듯'이라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빨리 퇴근을 할 수 있을까 짱구를 굴리는 와중에 감사하게 손님이 와주셨다. 저분들 가시면 집에 그냥 갈까? 사람 없을 거 같은데 디저트는 만들지 말까? 등등 어떻게든 퇴근을 하기 위한 생각만 속으로 수백 번 했다. 회사 다닐 때나 지금이나 퇴근 욕구는 똑같다.
일 때문에 잠시 갔던 보건소와 구청이었지만 그래도 약간의 콧바람을 쐬니 벌써 가을이 온건가 싶기도 했다. 그래서 더 일하기 싫었던 걸까. 아침부터 바쁘고 피곤했으니 느릿느릿 천천히 라도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오븐 예열을 돌리고 디저트 만들기를 시작했다. '집에 가고 싶습니다.’가 이마에 쓰여 있었던지 역시 세상은 내 맘대로 되지 않고 호락호락하지 않다.
평일은 이런 일이 없었는데 요 며칠 계속 디저트류가 오픈하고 얼마 안 되어 싹 품절이다. 대체 내가 모르는 무슨 소문이라도 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설거지는 쌓이고 손님은 계속 오셨다.
주말이 아닌 평일에 그것도 12시쯤 개시 후 3시에 모든 디저트 솔드아웃이라니! 드디어 핫플이 된 건가!! 라며 원두가 떨어지진 않았지만 준비한 디저트와 나의 체력이 소진되어 집에 갈 준비를 하는데 카공족이 오셨다.
최근 며칠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하신 뒤 제일 큰 테이블에 혼자 앉아서 6시간을 공부하신다. 무슨 공부인지 모르겠지만 꼭 붙으셨으면 좋겠다. 덕분에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오랜만에 유난히 피곤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