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못 간다고 보면 될까요
토요일 아침에 전 회사 상사의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받았다. 8년간이나 같이 근무했고 회식자리에서는 직급 떼고 친근하게 이름만 불러주시던 분이다. 함께 오랫동안 근무하기도 했고 많이 챙겨주셨기 때문에 당연히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불편한 마음을 어쩔 수 없이 뒤로하고 동료 편에 부의금만 보냈다. 월요일에 가자니 그날이 발인이라고 하셨다. 일이 생겨 못 왔다고 죄송하다고 전해 달라는 말을 덧붙였다.
카페 개업 초기에는 친한 친구가 결혼을 했다. 장소가 서울이었으면 어떻게 해서든 한두 시간 빼서 다녀왔겠지만 결혼식 장소가 부산이었다.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면 앞뒤로 휴가를 내고 이왕 부산간 김에 결혼식 참석과 별도로 여행 계획까지 세웠을 테지만 갈 수가 없었다. 내가 그 친구의 결혼식을 못 가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결혼식의 전주까지 친구와 예비신랑이랑 함께 카페에 와서 다음 주 결혼식 때 보자는 말에 선뜻 대답을 못했었다. 대신할 수 있는 건 촬영용 부케를 만들어주고 축의금을 전달해 주는 것뿐이었다.
카페가 잘되서 직원을 두고 오토로 돌리면 이 모든 문제는 해결이 된다. 하지만 현재는 1인 사업장이다. 그리고 나는 느리고 의지가 약하다. 그렇다고 잠깐 도와달라고 부탁할만한 친구들도 없다. 다들 육아하느라 바쁜 친구들뿐이다. 커피 내리는 것부터 알려주며 잠시 맡아달라고 하는 건 역시나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문을 닫을 수도 없는 일이다. 게다가 퇴사를 해놓고 그렇게 잘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아서 생각없이 가볍게 물어보는 근황 토크들이 부담스러운것 같기도 했다.
회사를 다닐 때 이런 것쯤은 아무 일도 아니었다. 동료의 경조사 소식이 들리면 한 차를 타고 한 번에 갔다가 인사드리고 잠시 있다가 나오면 됐었고 친구의 결혼식을 멀리서 한다면 휴가를 쓰고 갔으면 될 일이었다. 경사보다는 조사에는 꼭 참석하자는 생각이라 그런지 어제 오늘은 유난히 더 마음이 불편하다.
끼리끼리라는 말을 이런곳에 쓰는게 맞나 싶지만 자영업자들은 어쩔수없이 자영업자와 놀수밖에 없는것 같다. 시간이 도무지 맞지 않는다. 게다가 나는 회사생활만 오래 해온터라 자영업자 친구들이나 시간이 맞는 친구들이 없다. 자영업자분들 어디 안계신가요ㅎ
카페에 우유를 납품해주시는 사장님은 어느 날 본인은 아버지가 돌아가셔도 다음날 나와서 일해야 한다 말씀을 하셨다. 그 말을 듣고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런 게 어디 있어요~ 했는데 무슨 말씀이신지 알 것 같다. 내가 자유롭게 쓰던 휴가들과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 계획했던 주말들이 다 사라졌다. 분명 더 얻는 것도 있을 것이다. 오늘은 잃은 것에 대해 글을 썼지만 다음 글은 얻은 것을 빨리 찾아서 그것에 대해서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