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naine Aug 15. 2022

꿈꾸는 카페

카페는 진입장벽이 낮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 자체가 정말 바보 같았다는 것을 준비 시작과 동시에 알게 되었고 그때는 되돌릴 수 없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던 건지 생각한 것보다 어려울 것 같은 느낌이 좋았다. 시선을 돌릴만한 일들이 필요하기도 했고 쉬운 게임은 금방 끝나고 쉽게 흥미를 잃는다.


잠깐 배웠었던 꽃이 좋고 재미있었다. 그 순간의 내 기분이 어떻든 간에 꽃을 만지고 결과물을 만들고 사진을 찍는 동안에는 나도 모르게 참 예쁘다 하며 긍정적인 단어들을 떠올렸다. 꽃을 만지는 분들은 직업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물론 이것도 내가 생각한 현실과는 다르겠지만 꽃은 좋은 일에 선물하는 경우가 많으니 노동력 대비 수입은 그리 많지 않아도 만족도가 높다는 소리에 플로리스트도 고민을 했다. 재능과는 별개로 나의 진로와 앞으로의 생계를 마치 오늘 점심으로 어떤 걸 먹을까 하듯 고르는 시기였다.  


20대 초반부터 오랜 연애를 했던 친구가 있다. 십몇 년 간의 연애를 끝내고 헤어졌지만 만난 기간만큼이나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러면 안 되는데 힘들다고 전화를 한 적이 있다. 신기하게도 커피 관련 사업을 하고 있었다. 연애를 하면서도 아메리카노는 마시지도 않았고 카페 가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던 친구를 끌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러 다니다가 어느 순간 로스팅도 하고 사이폰으로 커피도 내려주던 모습이 기억난다. 그러더니 결국 커피 관련 일을 하고 있었다.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느낌으로 긴 통화 끝에 5년 만에 밥을 먹었다. 그동안 뭐하며 살았는지 안부를 묻다가 내 덕분에 커피를 마시게 됐고 어쩌다 보니 이런 일을 하고 있네. 라며 얘기를 했다. 나는 하고싶은것도 없고 사는게 재미없다 말하니 어릴 때는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게 너무 많아서 옆에 있기 힘들었는데 왜 하고 싶은 일이 없냐며 물어봤다. 그때는 정말 그랬던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시간들이 너무 까마득해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어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 시절의 나는 어떤 걸 하고 싶어 했을까.


이 나이까지 진로 고민을 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하니 좋아하는 걸 할 수 없으면 좋아할 수 있는 것을 하란다.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기엔 그것 들 마저 좋아하지 않게 될까 봐 선택하지 않았었다. 현실적인 문제들도 당연히 고려대상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그림을 그리고 무언가를 만들고 정답이 없는 것들을 좋아한다. 예를들어 계산문제 같은 것들은 정답이 있다. 그래서 그런 일들을 하고 나면 일을 끝내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정답이 없는 것들은 나 스스로 만족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의 확인을 받아야 안심이 되는 나에게는 돈을 버는 직업으로는 맞지 않는 일이었고 그저 취미로 남겨두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느새 오픈 8개월 차의 카페에는 꽃도 있고 커피도 있고 그림도 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도 나오고 책을 읽을 수도 있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봐주기를 원하는 공간에 이렇게 글을 써서 올리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커피와 함께 카페에 모두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꿈을 꾸고 있고 언젠가 또다시 진로 고민을 하겠지만 잠깐 동안은 꿈꾸는 카페의 주인으로 있고 싶다.

이전 24화 비 오는 날 창가에서 커피 한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