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naine Jul 29. 2022

디저트 카페 오픈 후 싫어진 것

전에는 빵순이였는데요

자칭 타칭 빵순이였던 나는 어쩌다 보니 디저트 카페를 하고 있다.

커피는 좋은 원두와 하이엔드급 커피머신의 조화로 맛이 없으면 반칙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의 입맛이 다 같지는 않겠지만 어느 날 나의 카페에서 마신 커피가 형편없다면 그건 커피를 내려준 나의 잘못이 확실하다.


그리고 이번엔 디저트 카페에서 커피만큼 중요한 디저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가게 계약 후에 머릿속에는 '디저트 카페'가 있었지만 내가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요리학원의 제과제빵 과정에서 만든 빵들. 그 빵들 역시 한 번씩 해보고 노트로 남겨놓았기 때문에 할 줄 안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리고 배울 당시만 해도 취미 삼아 배웠기 때문에 메모할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남은 건 그저 도구 다루는 법들이나 오븐 사용법, 재료들의 보관 손질 방법 등이지만 아주 약간의 도움은 되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디저트 카페를 하기로 결정한 뒤 베이킹 클래스에서 케이크와 구움 과자 들을 몇 차례 수강한 적이 있지만 사실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생각이 많았다. 목표는 디저트 맛집이라고 은근히 소문나는 것인데 말이다. 할 줄 아는 것을 더욱 잘하려던 게 아니라 새로 시작하면서 이것저것 구색을 맞추려다 보니 정해진 것이 없는 이런 상황들도 오픈을 미루는데 한몫하긴 했었다.


처음에는 생지를 사다가 구워놓고 구색 맞추기를 해야 할까 싶었다. 하지만 할 줄 아는 것도 없으면서 자존심이 허락하지도 않았다. 베이킹 클래스를 듣고 유튜브도 보며 테스트를 하다 보면 항상 느끼는 것은 맛이 있거나 비싼 것은 손이 많이 간다. 한동안 유명했던 호박파이도 집에서 연습 삼아 만들어 보았는데 정말 맛있었지만 공정과정이 길고 힘들어서 혼자서는 무리였고 비싸다고 생각했던 호박파이를 몇 번 만들어보니 하나에 칠천 원 이상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 공정과정이 힘들고 비싼 호박파이가 과연 주택가 골목의 작은 카페에서 팔릴까 하는 것이 의문이었다.


어릴 때 팔을 다쳐 조금만 무리해도 팔이 아프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심심한 맛들의 치아바타나 베이글 등의 빵은 팔과 손의 힘으로 반죽을 하고 발효시키고 손으로 치대는 과정들 때문에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인정하긴 싫지만 나의 창업과정은 잘못됐다. 정말 하고 싶고 잘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나는 누군가가 하라고 하지도 않았음에도 혼자 떠밀리듯 가게를 얻어놓고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는 동시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으며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있었다니 말이다.


오래 다닌 회사 근처에는 작은 빵집이 있다. 그곳의 까눌레를 무척 좋아했었다. 한참 빠져있을 때는 일주일에 세 번은 까눌레를 사러 갔던 듯싶다. 그래서 너무 단순하게 레시피도 모르면서 일단 까눌레를 메뉴에 넣었다. 그리고 내가 잘 만드는 파운드케이크도 종류별로 메뉴에 포함시켰다. 그래도 디저트 카페인데 너무 부족한 느낌이라 이것저것 고민하던 중 퇴사를 앞둔 어느 날 회사 동생이 친언니의 친구한테 배웠다며 휘낭시에 몇 개를 건넸다. 그 뒤로 휘낭시에 검색을 정말 많이 해봤던 것 같다. 그리고는 안 되겠다 싶어 나의 은인인 베이킹 선생님을 만났다.


현재 카페에 오시는 분들은 커피맛 아니면 디저트 포장으로 딱 나뉜다. 상품 분석을 해봐도 정말 1:1로 나뉘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에는 휘낭시에 세트가 많이 팔렸고 더운 요즘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동네 이름과 휘낭시에를 검색 해면 나의 카페가 제일 먼저 나오기도 하고 이곳 까눌레와 휘낭시에가 맛있다고 유명하다며 멀리서 찾아오셨다고 말씀하시는 손님들도 있었다. 가끔은 감사하게도 오픈하자마자 솔드아웃이 되는 경우도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매출은 왜 늘지 않는 건지 모를 일이지만..) 그리고 나 역시도 시간이 허락하는 한 새로운 메뉴를 내놓기 위해 열심히 테스트하고 계속 시도하고 있다.


한 가지 디저트로 승부하기에는 동네 골목 상권이라 오픈 초기에는 궁금해서 찾아오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질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러 종류를 많이 할 것인지 아니면 한 가지 디저트를 메인으로 잡고 외부 유입을 시키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도 해봤지만 외부 유입은 유동인구도 없고 놀거리 즐길거리가 없는 동네상권에서는 힘든 일이다. 결국 답은 더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초반에 공격적(?)으로 발도장 찍으시던 분들은 이제 오지 않으신다. 그리고 또 패턴이 한번 바뀌어 또 다른 분들이 하루 걸러 한 번씩 오시고 있다. 아마도 그분들도 조만간 발길을 끊지 않으실까 생각한다. 이렇게 계속 번갈아 가면서 손님이 오신다면 고민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기에 항상 배우고 여러 가지 시도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같은 레시피를 가지고 있어도 항상 같은 레시피만 사용하는지, 아니면 그 레시피로 다양하게 시도를 하는지에 따라서도 매출 차이가 날 것이다.

실제로 같은 레시피로 디저트를 만들던 나도 이것저것 테스트해보고 오븐과 날씨의 상황에 따라 재료의 가감도 해보며 매장에 내놓고 있고 정말 다행인 것은 오픈 초반보다는 확실하게 실력이 늘은 것 같다는 느낌은 받는다.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커피와 크루아상이면 하루를 버티던 나인데 이제는 버터향에 질려서 테스트할 때나 레시피 수정 중이 아니면 빵을 거의 먹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 창업은 한식집이어야 할 것 같다고 농담을 하기도 하지만 자연스럽게 버터와 밀가루를 줄이게 되니 디저트 카페 창업의 순기능 중 하나가 체중감량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살짝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여담이지만 어제 처음으로 디저트 택배 배송을 시작했는데 이 더운 여름에 무리하게 시작한 탓인지 배송이 늦어져서 너무 걱정스러운 밤이다.

이렇게 감사하게도 모든 디저트가 솔드아웃 되는날도 가끔 있다.

이전 03화 퇴사 후 가장 많이 들은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