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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naine Jun 04. 2023

준비 없이 시작한 자영업

한 회사를 오랫동안 다닌 건 아니었지만 회사를 15년 가까이 다녔다. 여려 곳을 이직해 가며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는 잘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고 난 뒤 은행을 시작으로 대형건설사와 대학교 교직원으로 근무를 헀고 마지막 8년은 직원 40명 정도 규모의 IT회사였다.


퇴사를 결정하니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엔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도 맞지 않는 일명 꼰대라 부르는 상사분들과 일을 했지만 회사를 다니기 싫어질 무렵부터 그분들이 존경스러워졌다. 가족을 위해 가장이 되어 무거운 어깨를 이끌고 그렇게 다니기 싫은 직장을 나는 겨우 8년을 버텼지만 그분들은 20년 이상을 버텨온 것이다. 퇴사욕구가 강해질수록 인성과 업무적인 것을 제외하고라도 그 부분은 정말 존경스러울 따름이었다.

사직서는 서랍 한편에 있었지만 막상 아무런 계획 없이 사직서를 내고 퇴사 날짜가 정해지고 나니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미 엎어진 물은 주워 담기 어렵고 어차피 엎어진 컵이면 나는 좀 더 근사하고 멋진 컵에 새로운 물을 따르고 싶었다.


20대 후반에는 워킹 홀리데이 준비도 하고 편도 티켓까지 발권을 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비자를 받아놓도 출국도 못하고 지금은 워킹홀리데이도 불가능한 나이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알바라고는 딱 한번 KFC에서 4개월 정도의 경험이 다였고 카페는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카페를 시작하기 전에 일단 경험도 쌓고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숫자에 불과하다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알바를 구하는 곳도 찾기 어렵고 카페 알바 경험이 없는 나에겐 면접의 기회도 없었다. 회사를 다니기는 점점 지치고 힘들어지고 카페를 차리기 전에 무조건 필요하다는 알바 경험은 자체 생략하고 카페를 차렸다. 아르바이트 지원은 해봤지만 나이에서 걸렸고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멍청한 이유로 적극적이지도 않았다. 경험이 없으니 막상 시작하고 난 뒤의 시행착오는 생각지도 못한 여러 곳에서 터졌다.


경험이 없던 사람이 자영업을 시작했고 커피는 마실줄만 아는 사람이 카페를 열게 된 것이다. 조금이나마 프로 같아 보이는 시작을 위해 오픈일을 계속 미루고 커피와 디저트를 연습한다며 월세를 내면서 헛된 시간을 보냈다.


1년 넘게 지나서야 생각하니 카페의 인테리어 공사와 준비기간으로 시간을 버릴 거였으면 연습을 제대로 하던지 아니면 잠시나마 백수였던 그 시간들을 즐겼어야 했다. 지금은 1인 사업장이라 마음 편히 쉴 수도 놀러 갈 수도 없다. 최근 여러 가지 일들로 가게문을 많이 닫았다. 이 기회(?)에 잠시 쉬고 다시 돌아와야 하나 고민 중인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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