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초기에 생각했던 것보다도 동네에 새로 생긴 카페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데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아직도 자주 왔다 갔다 하시는 택배기사님도 여기에 이런 카페가 있었는지 몰랐다는 말을 듣고 있다. 기분이 울적한 날 그런 말을 들으면 홍보와 마케팅에 신경 쓰지 않았던 내 탓인 것 같지만 그래도 자영업은 버티면 이기는 것이라는 주변인들의 말에 힘을 얻어 매일 아침 버티기 위해 새로 쿠키를 굽고 디저트들을 만들어 놓는다. 그리고 나를 위해 커피 한잔도 내린다.
매출이 적으니 얼마 전 스마트스토어까지 시작을 했다. 그렇지만 스마트스토어는 반응도 없고 매장 매출도 저조하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자꾸 생기니 이게 무슨 현상인지 모르겠다. 오늘은 비록 이 정도만 알렸지만 내일은 좀 낫겠지, 모레는 더 괜찮을 거야, 다음 달은 또 어떨까 하며 가게 시작하면서 오늘은 어떤 손님이 오실까에 대한 설레임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는데 어디서 나오는지 모를 괜히 잘 될 것 같은 느낌에 설레임도 조금 생기는것 같다.
나는 나의 유지비가 많이 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활을 유지하려면 돈을 더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연봉도 일하는 것에 비해 적게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회사 다닐 때의 생각이었다. 지금도 그때의 연봉은 하는 일에 비해 많이 적었다고 생각한다. 출퇴근 시 필요한 주유비와 점심값 그리고 커피값에 경조사비까지 하면 받았던 월급은 너무 부족했다. 경조사에 참석해야 할 옷도 사야했고 후배들과 가끔 맥주 한잔하면 그것 역시도 나의 몫이었다. 당연히 연봉 동결과 진급 누락에 대해서 강하게 반발했고 밖은 춥다는 말이 없는 걱정도 하게 만들었지만 그건 회사 다닐 때의 생각들이었다. 밖은 춥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바쁘고 즐겁다. 그리고 바쁘니까 돈을 쓸 시간이 없다. 일을 하는 목적은 당연히 돈 버는 것이었지만 초기의 조급함을 버리니 가게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매출로 편안함이 찾아왔다.
오늘은 가게 오픈한지 300일 되는 날이다. 며칠 전에도 카페에 오셔서 생긴 지 얼마 안 된 거냐 물으시면 부끄러워서 6개월 정도 됐다고 했었지만 이제는 거의 1년 다 되어간다고 얘기해야겠다. 1년 가까이 된 카페지만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한 것이다. 많은 것이 부족하다는 것이 새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일이 아직도 있다는 것이기도 하고 그것들을 하나씩 찾아가면서 채우는 일이 남았다. 나에게 없던 부족한 것들만 생각하며 가지지 못한 것에 불평만 가득했던 내가 어느새 글로 정리하고 생각을 써 내려가면서 채우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조금씩 바뀌고 있는 것 같다. 부족한 것들을 채워가며 또 어떤 일이 생길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