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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naine Aug 26. 2022

손님을 내쫓았다

카공족과 친해질 수 있을까

카페는 20평 정도에 테이블 5개가 있다. 그중 가장 큰 테이블 하나는 6인석이고 나머지 테이블들은 4인석 하나와 2인석 세 개다. 그리고 도보 1분 거리에 2층짜리 대형 카페와 스터디 카페가 있다.


카페 오픈전에는 소위 말하는 ‘카공족’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나 역시 혼자 마시는 커피를 좋아하고 자주 그랬기 때문에 별 생각이 없었다. 더 솔직하자면 내 일이 아니었던 걸까. 변명일 수도 있지만 카페에서 과제를 하거나 공부하던 세대도 아니며 책을 읽으러 카페를 찾을 때면 좁은 개인 카페에 오래 있는 것은 왠지 불편하기도 하고 커피맛이 보장되어있는 스타벅스나 커피빈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를 주로 찾았다.


긴 시간 동안 앉아서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보는 분들을 인식하게 된 건 주말의 어느 날이었다. 6인 테이블에 홀로 앉아 콘센트에는 노트북 전원을 연결하고 공부하시던 분으로 기억된다. 손님이 많은 주말 오후 시간에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하시고 4시간을 앉아계셨다.

그 주의 주말은 유난히 단체손님들이 많으셨던 것 같다. 들어오셨다가 자리가 없어서 나가시는 분들이 많았다. 게다가 자리를 맡아놓고 한 시간씩 비우는 경우도 있었다. 세상은 넓고 사람들은 참 다양하다고 느낀 날이다.


매출을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어 치사하지만 메뉴판에 이용시간은 2시간으로 써놓았고 두 시간 이상 계신다고 해서 나가시라고 하는 일은 없었다.

유난히 바쁜 주말에 큰 테이블에 혼자 앉으시는 분들이 많아 나는 더욱 치사해졌다. 결국 콘센트를 막아버렸다.


얼마 전 평일에 손님이 아이스라테 한잔을 주문하시고 자리를 잡으셨다. 5시간이 지나고 그 손님이 가시면서 본인이 2주 정도 공부를 해야 하는데 이 카페 좋네요 하며 내일 또 오겠다고 말씀하시고 가는 것이 아닌가! 당황했지만 못 오시게 막을 방법은 없었다.

다음날 비슷한 시간에 그분이 또 오셨다. 전날은 4인석에 앉으셨지만 이번에는 2인석 자리도 비워져 있었음에도 제일 큰 테이블에 입구를 등지고 자리를 잡으셨다. 왜 그럴 때마다 단체손님들이 오시는 걸까. 다섯 팀 정도가 자리가 없어 그냥 나가시고 나니 짜증이 밀려왔다. 설거지도 힘껏 해봤지만 소용은 없었고 이용시간에 제한이 있다고 얘기할 성격도 못된다. 그날도 그분은 6시간을 공부하시다가 가셨다.

그리고 그다음 날 비슷한 시간에 또 방문해서 똑같이 아이스라테를 한잔을 주문하셨다. 이번엔 안 되겠다 싶어 죄송하지만 오늘은 일이 있어 가게를 일찍 닫아야 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나름대로 최대한 돌려서 말한 거였다. 그분이 하시는 말이 그럼 언제 문을 닫느냐며 본인이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시길래 한두 시간 뒤에 닫아야 한다 얘기하니 두 시간은 있어도 되는 거 아닌가요? 하면서 오늘은 그냥 가고 내일 다시 오겠다고 하셨다. 덧붙여 또 한 번 2주 정도 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이번엔 돌려 말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날 큰 테이블에 혼자 계실 때 몇 팀이 자리가 없어서 그냥 가셨다고 근처에 큰 카페와 스터디 카페가 있으니 그쪽이 좋으실 것 같다 말씀드렸다. 공부하러 여기까지 일부로 찾아오셨다고 다시 말씀하셔서 죄송하지만 너무 오래 계시는 것이 사실 불편하고 저도 매출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고 이번에는 솔직하게 다시 얘기했다. 그제야 알겠다 하고 나가셨다.


카페 인테리어를 하며 가구를 살 때 들었던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개인 카페는 의자를 고를 때 앉아보고 가장 불편한 것을 골라라. 그때는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인가 하고 들으며 웃어넘겼다. 그리고 나는 가장 편한 의자를 구입했다.


처음으로 손님을 내쫓았다. 그동안은 치사한 방법을 써왔지만 나의 마음은 좁디좁고 카페도 넓지 않다. 이렇게 행동한 나 스스로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고 그분 역시 카페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기분이 불쾌하실 것이다. 그런 것까지 생각하니 더 불편해진다. 덜 예민한 내가 되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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