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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naine Feb 26. 2023

암 극복하기

지난주 아빠가 결국 후인두암 4기 확진판정을 받으셨다. 일주일간은 친척들이며 가족들의 전화통에 불이나고 일이고 나발이고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도 없었다. 내 마음대로 카페를 닫다가 열었다가 엉망진창이었다. 그렇게 미워하던 아빠인데 아프시다는 말을 들으니 정신도 없고 눈물이 터진 것을 보니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 조직검사를 위해 경희의료원에 입원하셨고 3기 말에서 4기 의심된다 하더니 다행히도 전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4기로 판정되었다.


아빠가 코로나 감염 이후 체력이 약해지는 것도 보였고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도 느낌으로 알았지만 병원을 가보라는 잔소리 말고는 한 것이 없었다. 태어남과 죽음은 누구나 한 번씩 겪는 일이지만 항상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마음이 쓰이고 죄책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다행히 동생이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이라 다음 주에 분당서울대로 옮겨서 치료나 수술등의 계획을 세우기로 했고 동생이 그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 와중에 감사할 뿐이다.


누군가는 간병을 해야 하고 그 간병의 시작은 엄마일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환자 외 보호자는 1인밖에 들어갈 수가 없지만 동생이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고 집도 그곳에 있으니 잠깐 따스운 방에서 잘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여러모로 잘 된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지만 외래진료를 앞두고 있는 지금은 불안하기만 하다. 이 글을 시작으로 나의 글들은 아빠의 암 극복기 또는 투병기가 될 것이다.


환자 본인의 의지와 가족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니 우는 건 처음에 다 끝냈고 이제 정신줄 단단히 잡고 아빠의 암 치료기를 짧게라도 적을 수 있기를..


어젯밤에는 정말 오랜만에 아빠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빠 소원이 손주를 안아보는 거라 하셨는데 손주는 틀린 거 같지만 그래도 노력은 해볼터이니 손주도 보고 손주가 부리는 재롱도 보고 하려면 건강한 음식 많이 먹고 치료든 수술이든 잘 받고 여행도 다니자고. 거의 30년 만에 나름 따뜻한 말을 아빠에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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