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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타키나발루 여행 20일 (24)

새벽시장

by 산내

4달가량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도 없었고 글감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습관처럼 글을 올리고 반응을 기다리는 것이 싫었다.

참 묘한 성격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니 다시 글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그래 이제 또 올려 보는 거지'

뻔뻔스럽게 아무 일도 없어다는 듯이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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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 식당에서 원터프론터까지는 걸어서 5분 거리 토요일 저녁 시간이라 특별한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예상외로 조용하고 야외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 역시 조용하기만 하다.
지난번 찾았던 <ShamRock> 바에는 많은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지만 바로 옆 일본인 바에는 거짓말처럼 한 사람도 없다.

지난번에도 일본 바는 조용했는데 오늘은 한 사람도 없다.
멀리 떨어진 곳도 아닌 바로 옆에서 이런 차이가 나타난다는 게 신기하다.

기대했던 주말 분위기를 찾을 수 없어 숙소로 돌아가려 할 즈음 <ShamRock> 바 내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여 서빙 직원에게 물어보니 9시부터 라이브 공연이 시작된다고 한다.

바 내부에 자리를 잡고 생맥주 한잔을 주문하니 딸아이는 숙소로 가겠다며 먼저 자리를 떤다.

9 시가 되자 2명의 기타리스트, 한 명의 드러머, 그리고 싱어로 구성된 4인조 밴드가 연주를 시작하며
바 내부는 금방 클럽 분위기로 바뀐다.
한쪽 구석에서 포켓볼을 치던 젊은이들은 큐대를 잡고 몸을 흔들기도 하고 의자에 앉아 가볍게 몸을 흔드는 사람들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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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분간의 연주가 끝나고 30분간의 휴식 시간에는 DJ가 틀어주는 경쾌한 음악이 클럽 분위기를 이어간다.

다시 라이브 공연 45분을 마치니 11시가 가까워졌다.
더 늦기 전에 그랩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간다.


일요일 아침 <GAYA STREET MARKET>의 변신을 눈으로 확인할 시간이다.
주말마다 열리는 시장이지만 금요일, 토요일은 오후 6부터 11시까지 야시장의 형태로 일요일에는
아침 6시부터 오후 1시까지 새벽시장의 개념으로 시장이 열리는데 야시장이 먹거리가 위주였던 반면
새벽시장에서는 생필품이 주를 이룬다.


지난주와 이번 주 금요일 야시장은 구경을 했지만 일요일 열리는 새벽시장은 처음 접한다.
숙소에서 가까운 동쪽 입구에 도착하니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 있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데 밤사이에 시장이 이렇게 완전히 탈바꿈하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시장 입구 공예품을 가게, 여자의 어깨 위에 푸른빛의 커다란 이구아나가 올려져 있다.
신기한 풍경에 사진을 찍으니 다른 편에 있던 갈색의 이구아니를 들어 딸아이의 어깨에 올려준다.
옷가게들을 지나가니 여러 종류의 수공예품 가게가 나타나고 고양이를 팔기도 하고 토끼를 우리에 가두어
팔기도 한다.


음악 소리를 따라가니 작은 천막 안에 장애인들이 모여 연주하고 노래도 한다.
맞은편 모자 가게에서 검은 가죽 모자를 써보아도 되냐고 물으니 고개를 끄덕인다.
모자를 써자 둥근 거울을 들어 비추며 엄지 척을 한다.

30링깃에 모자를 구입하고 사거리 쪽으로 나오니 건물 그늘을 따라 선베드와 의자들이 놓여 있고 거리에서
안마를 한다.

30분 발안마가 30링깃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한다.
흥미로워 딸아이에게 안마를 받자고 하니 부끄럽다며 거절한다.

아침 10시가 지나 날은 뜨거워지지만 시장에 사람들은 줄어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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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7시경 어둠이 내린 숙소를 나서 꼬치 몇 점을 사 와 딸아이는 음료수를 나는 맥주를 마신다.

잠자리에 들어가기는 이른 시간이라 Suria Sabah몰로 저녁 운동을 나선다.
몰 주차장 길목에는 한 팔이 없는 장애인이 앉아 구걸을 한다.

며칠 전 맞은편에서 오던 서양인은 장애인을 보고는
“I will Back.” 이라며 지나갔는데 그 모습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제 내일이면 숙소를 옮기고 오늘이 마지막이란 생각에 5링깃 지폐를 꺼내 주니 고맙다며 덥석 받는다.



숙소로 돌아와 니체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집어 든다.

책을 거의 다 읽어 가지만 ‘자라투스트라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자라투스트라는 왜 그런 말을 해서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할까.
1시간가량 책을 읽고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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