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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타키나발루 여행 20일(23)

세탁하는 날

by 산내 Feb 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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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오늘은 세탁하는 날이다.

딸아이는 일주일에 한 번 세탁하는 날을 정해 통보한다.
모든 세탁물을 비닐봉지에 넣어 내놓으면 딸아이는 자신의 세탁물을 모아 1층에 있는 빨래방으로 내려가 세탁을 한다.


이곳 숙소 건물 1층에만 빨래방이 3곳 있고 시내 곳곳에도 빨래방이 보인다.
17링깃 넣으면 세탁에 건조까지 깔끔하게 이루어지니 참 편리하다.


세탁물을 넣고 숙소로 돌아온 딸아이의 손에 한 장의 팸플릿이 들려 있다. 
숙소 아래층에서 새로 짓는 건물 분양을 하고 있어 물어보니 방 2개 화장실 1개인 숙소는 1억 5천만 원, 방 2개 화장실 2개를 갖춘 숙소는 2억 원에 분양이 이루어진다며 팸플릿을 나에게 건넨다.  


점심시간이 지나 찾아간 Suria Sabah 몰에는 토요일이라 사람들이 엄청 많다.
한적했던 가게에도 사람들이 있고 사람들이 많았던 가게는 더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딸아이가 지하에 있는 다이소로 간 사이 2층에 위치 한 <타이 오디세이> 마사지 가게에 들러 가격을 확인하니 과일 가게 옆 마사지 숍 가격의 두 배다.
멋진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안내하고 내부 시설도 좋아 보였지만 두 배의 가격을 지불하고  마사지를 받고 싶지는 않다.  

몰을 더 둘러보겠다는 딸아이를 두고 숙소로 돌아오니 수영장에서 떠드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22층까지 들린다. 

창문을 통해 수영장을 내려보니 20명가량의 학생들이 편을 갈라 노란 비닐 공을 가지고 수구 경기를 한다.  

물을 가까이하는 아이들이라 헤엄치고 공을 던지는 모습이 제법이다.
아이들의 웃고 떠드는 모습이 보기 좋다.


저년 7시가 지나 찾아간 해물전문식당 중앙 광장 야외 테이블에도 사람이 앉아 음식을 먹고 중앙에 설치된 무대에는 공연이 진행 중이다.

공연이 끝나자 손님들을 선택해 무대에 올리고 긴 막대를 입에 물고 침을 쏘아 과녁에 걸린 풍선을 맞추는 게임과 긴 대나무를 양쪽에서 잡고 열고 닫으며 발을 넣었다 빼는 게임도 한다.  


한 동안 보고 서 있다 <Suang Tain Restaurant>로 눈을 돌아서니 문 앞에 대기줄이 보인다. 

평일 이른 저녁시간에는 빈 좌석이 많았는데 토요일 저녁시간이라 손님들이 많다.

이곳으로 오기 전 딸아이와 미리 메뉴를 정했다.

오징어 튀김에 모닝글로리, 볶음밥에 타이거 맥주 1병과 콜라,


대기줄에서 직원이 건네준 메뉴판을 보던 딸아이가  

“오늘 오징어 튀김은 ‘대’ 사이즈로 시키면 안 될까요?” 라며 묻기에 가격을 확인하니 ‘소’ 사이즈에 비해 배 가격인 60링깃이다.

“작은 사이즈로 시키고 오징어를 좋아하는 네가 많이 먹어, 나는 대신 나는 맥주를 마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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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타고난 쫀쫀한 성격은 음식 주문 시 도를 넘는다. 

음식을 남기는 것도 싫지만 남기기 싫어 억지로 먹는 것도 싫다. 
그래서 음식 주문 시에는 항상 남기지 않기 위해 신경을 쓴다.  

이런 모습이 가족들에게 불편하고 그로 인해 안 좋은 추억을 남긴다는 사실을 알지만 바뀌지 않는다.  


 세계 인구의 세 명 중 한 명이 하루 1달러 이하의 돈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음식을 남기는 것이 더욱 죄스럽다.  


아무튼 오징어 튀김은 작은 것으로 시켜 나온 음식을 깨끗이 비울 즈음 서빙 직원이 우리 자리로 다가와 테이블을 둘러보며 부족한 것이 없는지 확인한 다음 딸아이를 보며
“Your Wife?” 라며 묻기에
“No, My Daughter.”라고 답하자
쌍 따봉을 날려주며 자리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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