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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타키나발루 여행 20일(22)

다시 만난 노가수

by 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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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오니 배가 고프다.

샤워를 하고 컵 라면을 끓여 맥주와 함께 먹으니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7시가 넘으니 어둠이 바다를 덮는다.

금요일 저녁 일주일을 기다린 주말 야시장 <GAYA STREET MARKET>이 서는 날이다.
금요일, 토요일은 오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일요일은 아침부터 오후 1시까지 서는 이 시장을 기다린 이유는 시장을 보는 재미보다도 지난주에 만났던 노가수를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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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지난번 찾아갔지만 문이 닫혀 있었던 과일 가게로 행했다.
멀리서 과일 가게 불빛이 보이자 반가운 마음에 걸음이 빨라진다.

다가오는 우리를 보고 반갑게 인사하는 과일가게 아저씨, 이틀 전에 왔었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고 하자 좋은 과일이 없어 문을 닫았다고 미안해한다.


“지난번 약속대로 두리안 맛을 보려 왔어요.”라고 말하자
난처한 표정으로 박스 안에 들어 있는 작고 푸른빛을 띤 두리안을 가리키며

“오늘은 좋은 두리안이 없어요.”
“그러면 언제 좋은 두리안이 들어오나요.”
“다음 주에 들어올 거예요.”

“그럼 망고와 파인애플 1kg씩 준비해 주시면 야시장 구경하고 가져갈게요.
오늘 가게 문은 언제 닫아요?”
“11시에 닫으니 그전에 와서 언제든지 가져가면 돼요.
과일은 껍질을 까서 준비해 둘게요.”

“그럼 먼저 돈을 지불할 테니, 얼마예요?”
“돈은 나중에 가져갈 때 지불하세요.
나는 당신을 믿어요.”
과일 가게를 떠나 야시장을 들어서면서도 과일가게 아저씨의 ‘나는 당신을 믿어요’라는 말이 귓속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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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가 넘쳐나는 야시장 거리를 거닐며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냄새를 풍기며 구워지는 꼬치를 먹을까?,
먼저 과일 음료를 마셔야 하나?,
종류별로 잘라놓은 과일을 먹을까?,
나시고랭은 어떨까?, 등등

야시장이 시작되는 서쪽 끝에 도착하니 푸드 트럭에 음식을 팔고 있고 노상에 놓인 테이블에는 사람들이 앉아 음식을 먹고 있다.


딸아이는 푸드 트럭에서 새우가 들어간 ‘똠양꿍’을 시켜 맛을 보고는 맛있다며 엄지 척을 한다.
그렇다면 나도 여기서 ‘똠양꿍’으로 저녁을 때우려 치킨이 들어간 똠양꿍을 주문하고 50링깃 지폐를 내미니 게산을 해야 하는 여주인이 돈을 손에 들고 말레이시아어로 뭐라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몰라 눈만 껌벅이고 서 있자 옆에 있던 학생들이 거들어 말레이시아어로 말을 건넨다.


내 손에 쥐어져 있는 10링깃짜리 지폐와 1링깃짜리를 주면 되는데 50링깃 지폐를 왜 주는지 묻는 것 같아
“적은 돈으로 바꾸고 싶어서..”라고 말하니

손에 들고 있던 1링깃을 받아 가서 40링깃을 내준다.
이제 누구든지 현지인으로 여기고 현지어로 말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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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수가 노래하는 곳은 야시장의 동쪽 끝 푸드 트럭이 있는 곳과는 정반대 편이다.

쉬엄쉬엄 구경하며 걸으니 <Sorry Seems to Hardest Words> 노랫소리가 기타 연주와 함께 들려온다.
조용히 바닥에 앉아 일주일 동안 기다렸던 노가수의 깊이 있고 청량한 목소리의 노래를 가슴으로 듣는다.

말레이시아 노래 사이로 Old 팝송들이 섞여 있는데 <이매진> 그리고 지난번 신청했던 <아낙> 마저 들으니 시계가 어느덧 10시에 가까워졌다.

먼저 떠나고 싶은 마음에 한국 인스턴트커피와 팁을 넣은 비닐 백을 꺼내 팁 박스에 넣으니 노가수는 부르던 노래를 멈추며

“언제 귀국합니까?”라며 묻는다
“다음 주 수요일 귀국합니다.
기회가 되면 다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라며 답하자
노가수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다.


노가수가 노래하는 야시장의 동쪽 끝은 시장의 한쪽을 둘러본 사람들이 다른 쪽을 보기 위해 돌아가는 곳이자 시장을 보기 위해 들어오는 사람들의 출입문이기도 하며 시장을 떠나는 사람들의 나가는 문이기도 하다.

여행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이 강하게 기억 속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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