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한국인
금요일 아침 4번째 섬투어를 떠나는 날, 제셀톤 선착장 매표소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단골이 된 A8번 매표소에 다가가 가야 섬을 신청하니 직원이 난색을 표한다.
“우리 여행사에서는 가야 섬은 추천하지 않고 배도 운항하지 않아.”
사피 섬, 마무틱 섬, 마누칸 섬을 이미 가보았고 오늘은 가야 섬으로 갈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혼선이 생겼다.
잠시 매표소를 벗어나 딸아이와 상의하여 가야 섬 대신 마무틱 섬을 다시 가 보기로 했다.
티켓을 끊고 선착장에 도착하니 10시 배는 이미 선착장을 떠났고 10시 30분 배를 타야 한다.
선착장에는 큰 천막을 치고 나무의자를 놓아두었지만 한낮의 뜨거운 햇살이 천막을 달구어 무지 덥다.
10시 반 드디어 배에 탑승했지만 100미터를 못 가 다시 선착장으로 들어온다.
마지막에 탑승했던 6명, 딸아이와 나 그리고 한국인 모녀 이렇게 10명이 옆에 있는 작은 배로 옮겨 타고는 배가 출발했지만 속도를 내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선착장을 빠져나가는 바깥쪽에는 검은 보트가 서 있고 붉은 제복을 입은 바다경찰들이 배들을 세우고 검문을 한다.
검문이 끝나고 배가 속도를 내기 시작하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식혀준다.
다시 찾은 마무틱 섬 선착장에서 표 검사를 하는 덩치 큰 직원이 우리를 아는 척한다.
지난번과는 달리 사람들이 많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렸지만 앉을만한 곳이 없다.
테이블을 혼자 지키고 있는 가이드에게 합석을 요청하니 승낙해 준다.
언제 이 섬을 떠나는지 물으니 1시에 다른 섬으로 떠난다고 한다.
테이블에 짐을 정리하고 분위기를 익혀갈 즈음, 지나가는 현지인이의 티셔츠에 한국말이 적혀 있다.
<나만 없어 사람들 진짜 고양이 많은데>
그에게 셔츠에 적힌 글이 무슨 내용인지 아느냐고 묻자.
“알아요. 나는 개도 없어요.
고양이도 없어요.
여자 친구도 없어요.” 라며 한국말로 느스레를 떤다.
12시가 가까워 물속으로 들어가니 지난번 허리까지 물이 찼는데 오늘은 무릎까지 온다.
안전 부표가 있는 곳까지 가 보아도 허리 정도다.
그냥 서서 보아도 물고기가 잘 보인다.
30분 정도 물고기 구경을 하고 테이블로 돌아오니 점심을 마친 중국 관광객이 이동할 준비를 한다.
1시가 가까워져 중국인들이 떠난 자리에는 먹다만 도시락, 빈 음료수캔, 플라스틱 컵, 쓰다 버린 휴지까지 쓰레기통도 이런 쓰레기 통이 없다.
테이블이 쓰레기통으로 변해 옮길 곳을 찾으니 옆 테이블에 있던 나이 든 한국 관광객이 자리를 정리하고 떠날 준비를 한다.
한국 관광객이 떠난 테이블은 말끔하다.
이번 여행에서 한국인들의 달라진 문화의식을 피부로 느낀다.
한때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호칭을 얻기도 했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남자들만 어울려 여행 다니며 큰소리치며 과한 복장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적이 언제였든가 싶게 가족 여행객들과 커플 여행객들이 많아졌다.
지나간 자리는 말끔히 치우고 옷차림마저 세련되어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국인들을 좋아한다.
오늘 나는 한국사람임이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