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모스크
숙소에서 만든 아침을 챙겨 먹고는 짐을 싼다
오늘은 이곳 에어비앤비를 떠나 숙소를 하얏트 호텔로 옮기는 날이다.
큰 캐리어 2개, 짊어지는 배낭 2개 손에 드는 작은 꾸러미 3개 영락없는 피난민 신세다.
그랩 택시가 숙소 문 앞에 도착해 짐을 실으니 트렁크에 다 들어가지 않아 캐리어 한 개는 조수석에 넣었다.
5분 후 하얏트에 도착하니 체크 인 시간까지는 3시간 남짓 남아 로비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을 꺼내는데 직원이 다가와 방 키를 건네준다.
준비된 방이 있어 먼저 들어가도 된다니 고마울 따름이다.
짐 정리를 마치고 바깥을 보니 비가 온다.
오후 늦은 시간에 내리던 비가 오늘은 일찍 찾아왔다.
방 배정을 받지 못했다면 이 비를 맞고 어딘가 헤매고 있을 수도 있었는데…

해 질 녘에 맞추어 그랩 택시를 타고 핑크 모스크로 출발한다.
지난번 들렀던 블루 모스크를 지나 한참을 달리던 택시가 해변가를 벗어나 오른편으로 꺾어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린다.
퇴근 차들이 많아 속도를 줄일 즈음 왼쪽 샛길로 빠진 차는 화려한 정문을 지나 공원으로 접어드는데 이곳은 대학(University Malyasia Sabah) 캠퍼스다.
캠퍼스를 한참 달린 택시가 멈춘 곳은 핑크 모스크 주차장,
15링깃에 이곳까지 온 그랩 기사가 묻는다.
“돌아갈 때는 어떻게 갈 거야?.”
한적한 곳이라 그랩을 부르기도 쉽지 않아 보여
“한 시간 후 돌아가면 얼지?”
“30 링깃”
“좋아. 그럼 한 시간 후 이 차를 타고 돌아가지.”
그랩 기사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돌아갈 우리를 기다린다.
핑크 모스크의 외부를 둘러보고 매료소 옆 가게에서 망고 주스를 한잔 마시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먼 하늘은 맑고 푸른데 머리 위로는 먹구름이 가득하고 비가 내린다.
석양을 보는 것을 포기하고 기다리던 그랩 택시로 길을 돌아 나온다.
몰에 도착하여 요금을 물으니 25 링깃을 요구해
“20 링깃은 어때.
20링깃이면 너도 좋고 나도 좋은 가격인데...”라고 하니 흔쾌히 “OK” 라 받아들인다.
몰 내에서 저녁을 먹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지만 궂은비는 멈추지 않는다.
비가 작아진 틈을 이용해 빌딩 사이로 숙소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한다.
호텔 조식은 빵부터 시작해 쌀국수에 비빔밥까지 다양하다.
작은 크로와상을 가져와 손으로 쭉 찢으니 바싹한 껍질이 부서러기를 만들어 테이블 위로 떨어지며 촉촉한 속살이 드러난다.
작은 플라스틱 버터를 들고 한쪽 끝을 잡아당기니 뚜껑이 열리고 나이프를 들어 버터를 듬뿍 빵에 바른 후 접시에 담아 온 꿀을 찍어 한 입 베어무니 맛있다.
바싹한 겉과 촉촉한 속 버터의 부드러움에 꿀의 단맛이 입속에서 조화를 이룬다.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한잔 가져와 마셨지만 부족하다.
한 잔을 더 내려 식당과 연결된 야외 수영장 바에 가져가 마셔도 되는지 물으니 좋다고 한다.
커피를 들고 바다가 보이는 바에 나와 마시니 그동안 가족들을 위해 희생만 해온 아내 생각에 가슴이 찡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