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시간
요즈음 중국 MZ세대에서 인기 있는 밀크티를 마시고 싶다던 딸아이가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며 카톡이 왔다.
‘무슨 티 한잔 마시는데 한 시간을 기다려...’
이해하기 힘든 현실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찾아간 <CHAGEE>,
실내에는 5명의 그랩 음식 배달 직원이 기다리고 있고
현황판에는 40 명에 159잔의 차가 대기 중임을 나타낸다.
테이블 위에 시음용 밀크 티가 남아 있어 맛을 보니 다른 밀크티와는 다르다.
보통의 밀크 티는 우유 맛이 강한데 이곳의 밀크티는 상큼한 음료수 맛이 난다.
30분을 더 기다려야 하는 딸아이를 대기실에 남겨 두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빗방울이 떨어진다.
하얏트 호텔에 머무는 동안 유난히 비가 잦다.
참 이상한 일이다.
에어비앤비에 머문 13박 14일 동안 거의 매일 꿈을 꿨다.
기억에 남는 꿈도 있지만 반 이상은 무슨 꿈을 꾼 지도 모르겠다.
이곳 하얏트에 머무는 5박 6일 동안 한 번도 꿈을 꾼 적이 없다.
하지만 매일 비가 온다.
코타키나발루에 머문 20일 동안 가장 많이 만난 여행객은 한국인이다.
중국인도 많지만 한국인만 못하다.
한국인 중에는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 여행객이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모녀가 여행하는 경우다.
우리처럼 부녀가 여행하는 경우는 드물며 간혹 가족 중 이빠가 포함된 경우라도 대화에서 제외된 채 혼자 술을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한민국의 여성들의 파워가 강해지는 시점에 남자들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비가 그친 오후 시간 우산을 챙겨 찾아간 곳은 과일가게
반갑게 맞이하는 아저씨에게 두리안이 들어왔냐고 물으니 고개를 가로젓는다.
오늘 방문 이유는 두리안 보다는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왔다며
딸아이가 준비한 조그만 선물을 내밀자 너무 좋아한다.
다음에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남기고 다음 목적지인 해물 전문 식당으로 발길을 돌린다.
귀국 전 마지막으로 딸아이는 버터 새우찜, 나는 새우 사시미를 다시 먹고 싶었다.
오징어 튀김과 같이 주문하고 가져간 소주를 마셔도 되냐고 물으니 소주잔을 준비해 준다.
소주를 잔에 따르고 있으니 서빙 직원이 얼음통을 가져와 소주병을 넣어준다.
나온 음식을 깨끗이 비우고 서빙 직원에게 작별 인사를 하니 헤어짐을 아쉬워한다.
살아가며 여행이나 출장을 통해 한 곳에 20일 동안 머문 곳은 코타키나발루가 처음이다.
오래 한 곳에 머물다 보니 현지인과 정도 들고 이곳 문화에도 익숙해져 현지인처럼 생활한다.
하지만 여행자는 현지인이 될 수도 없고 현지인이 되어서도 안된다.
현지인과 여행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히 여행자이다.
그리고 여행자는 떠나야 때에 떠나야 한다.
이제 코타키나발루와 작별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