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을 잘 몰라도 모엣 샹동, 돔 페리뇽은 들어본 것처럼, 보르도 와인을 잘 몰라도 샤토 탈보는 들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보르도 그랑 크뤼 클라세 4등급인 샤토 탈보는 국내에서 유난히 인기 있는 와인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수십 년 전 샤토 탈보가 대한항공 퍼스트 클래스에 서빙됐을 때 그 맛에 반한 정재계 인사들이 한국에 돌아와서도 샤토 탈보를 계속 찾는 바람에 유명해졌다는 설이다.
또 한 가지는 히딩크에 얽힌 이야기로 온 국민이 열광했던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을 확정 짓던 날 히딩크 감독이 "오늘 밤은 와인 한 잔 마시고 푹 쉬고 싶다"는 인터뷰를 했는데 후에 이 와인이 샤토 탈보였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 밖에도 현대그룹의 故 정주영 회장이 즐겼다는 설, 발음하기도 외우기도 어려운 프랑스 와인들 사이에서 읽고 쓰기 쉬운 이름 덕분이라는 설 등 다양한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프랑스 보르도 오 메독 지방의 생 줄리앙 마을에 위치한 샤토 탈보는 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중 하나다.
'탈보'라는 이름은 15세기에 샤토의 영지를 소유하고 있던 존 탈보 경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Old Talbot'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그는 영국의 귀족이자 프랑스와 영국 간 백년전쟁이 일어났을 당시 가장 유명했던 군사사령관이었다.
당시 보르도는 영국 땅이었고, 주민들도 영국인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탈보 장군은 프랑스에게 잠시 빼앗겼던 보르도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영국에서 프랑스로 입성했고 보르도 주민들의 환대를 받았다.
하지만 백년전쟁 최후의 전투였던 카스티용 전투에서 프랑스에 패배하며 사망했고, 그의 이름을 기려서 지금의 샤토 탈보가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메인 와인인 샤토 탈보는 평균 수령 43년의 포도나무의 열매로 만들고, 2020년 빈티지 기준, 카베르네 소비뇽 76%, 메를로 21%, 프티 베르도 3%의 블렌딩으로, 60% 비율의 새 프렌치 배럴에서 15개월 숙성한 뒤 출시했다.
세컨드 와인인 '코네타블 탈보(Connetable Talbot)'는 조금 더 어린 나이의 포도나무 열매로 만든다.
명성에 맞게 와인의 품질도 좋다. 검은 과실향과 고급스러운 향신료 향이 보르도 와인의 정석처럼 느껴진다.
지금은 다른 와인들이 그렇듯 가격대가 많이 올라갔지만, 10만 원 이하의 가격대로 이따금 할인 행사에 등장하기도 하므로 메독 그랑 크뤼 클라세 중에는 가성비가 좋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