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들들 볶는 아빠의 엉터리 심리학 6

못난 자기 기피현상

by 작은별송이


“혹시 이거 연필 마술이야?”


아빠의 물음이 어이없다는 듯 별아가 킁 콧바람을 불었다. 그러고는 아무 대답 없이 방바닥에 떨어져 있던 연필을 주웠다.


“맨날 연필 떨어져 있었던 건 알아? 필통에 넣든지, 연필꽂이에 두든지 간수 좀 잘해.”

“알았어.”


별아가 나직하지만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 퉁명스러움이 거슬려서 나는 더 쏘아붙였다.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거, 아빠가 주워서 책상에 올려둔 게 한두 번이 아니야. 네 방에 들어올 때마다 그랬어. 처음엔 실수로 떨어뜨리고 줍는 걸 깜박했나 보다 했는데, 아닌 것 같아. 너, 방바닥으로 연필을 이동시키는 마술하는 거지? 맞지?”

“앞으론 잘 정리할게.”

“다음에 또 방바닥에서 연필 나오면, 그땐 그냥 버릴 거야.”


단단히 못을 박고 별아의 방을 나왔다. 너무했나 싶었지만, 잘했다는 생각으로 얼른 무마했다. 별아는 방 어지르고 물건 아무 데나 두기에 재능이 뛰어나다. 올림픽에 그런 종목이 있다면 금메달감이다. 잔소리 안 하면 방은 눈 깜빡할 새에 난장판으로 변한다. 어려서 그런 거라 넘기기엔 좀, 좀, 좀…….

그런데 연필 마술을 부리는 건 아무래도 사실인 듯하다. 연필은 방바닥뿐만 아니라 장난감통, 식탁, 텔레비전 장식장, 전자레인지 위에서도 발견된다. 심지어 책가방 속에서도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책가방 안에 버젓이 필통이 있는데도 연필과 필통이 절교한 사이처럼 따로 논다.

솔직히 나도 정리정돈을 잘하는 편은 아니다. 별아만 할 때 책상이 지저분하다는 이유로 깔끔쟁이 엄마와 번번이 티격태격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나는 지금의 별아와는 결이 다르다. 내가 어지럽힌 건 책상이 유일했고, 그것도 책, 교과서, 노트, 연습장 따위를 책상 위에 그대로 둔 것뿐이다. 책을 예로 들면, 다음에 이어서 책을 읽을 때 바로 손에 잡히는 상황이 좋았다. 책꽂이에 꽂아 둔 책은 왠지 꺼내 읽기가 싫었다.

정서적인 이유도 있기는 하다. 군인의 관물대(군대에서, 병사의 개인 물품을 보관하는 대)처럼 책상이 너무 칼같이 정리되어 있으면 왠지 어색하고 오히려 집중도 더 안 됐다.


어쩌다 보니 지나치게 별아 흉을 본 것 같다. 주절주절 핑계를 늘어놓은 기분도 든다. 결국 나도 정리를 잘 안 한 건 분명한 사실인데 말이다. 별아나 나나 오십보백보인데, 누가 더 더러우냐의 문제로 몰고 간 나는 치졸한 아빠다.

정리에 미숙한 별아를 못마땅하게 여긴 건 ‘못난 자기 기피현상’이 아닐까 싶다. 별아에게서 역시나 정리에 소질이 없는 내 자신과 마주 하는 게 나는 싫었던 모양이다. 그 못난 나를 피하고 싶어서 별아를 뾰족하게 대했던 것 같다.

나는 정말 못난이다. 별아에게 방을 어지럽히는 이유를 한 번도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걸 이제야 깨달아서 더 어처구니가 없다. 그동안 다정하고 속 깊은 아빠인 양 온갖 생색은 다 냈으면서 왜 정리에 대한 부분은 헤아리려 하지 않았을까? 어릴 적 나처럼, 별아도 자기만의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이래저래 미안한 마음에 칭찬으로 글을 닫아야겠다.


“별아야, 네가 정말 잘하는 게 있지. 쓰레기 길에다 안 버리는 거. 넌 아이스크림 봉지, 과자 봉지, 음료수 병 아무 데나 안 버리고 길가 쓰레기통에 버리잖아, 쓰레기통 없으면 집으로 챙겨오고. 아주아주 칭찬받을 일이야. 어른들도 안 하는 행동을 네가 하고 있어. 대견하고,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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