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치고 싶지 않은 동네 아저씨의 엉터리 심리학 7

우는 얼굴 기피 심리

by 작은별송이

산책을 나갔던 어느 날이었다. 맞은편에서 네 살배기로 보이는 여자아이와 엄마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여자아이 표정이 시무룩했다. 아마 엄마에게 꾸중을 들은 모양이었다. 나와 거리가 더 가까워졌을 때 엄마가 딸에게 한마디 툭 던졌다.


“울면 미운 사람이에요!”


여자아이는 입술만 삐죽 내민 채 아무 대꾸 안 했다. 나는 슬쩍 엄마의 표정을 살폈다. 나와 마주치기 전에 딸아이랑 한바탕했는지 엄마도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다.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새어나왔다.


‘애 엄마도 많이 속상한가 보네. 그래도 울면 미운 사람이란 말은 안 하면 좋았을걸…….’


언뜻 엉뚱한 생각도 스쳐갔다. 혹시 여자아이가 엄마한테 이렇게 말하면 엄마는 또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했다.


“엄마, 찡그리면 미운 사람이야!”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라는 노래는 유명하다. 가요이기도 하고 동요이기도 한 이 노래는 본디 민중가요다. 원조 노랫말을 새겨보면, 탄압에 힘들어하는 동료 노동자에게 모두 함께 싸우고 있으니 힘내라고 격려하는 내용으로 읽힌다. 아무튼 민중가요든, 가요(또는 동요)든 첫 소절은 똑같다.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모두가 힘들잖아요.


내 성격이 비뚤어진 탓도 있겠지만, 나는 이 구절이 마음에 안 든다. 여러 사람 힘들게 하니까 웃으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서.


괜히 딴지 건다고 ‘얼굴 찌푸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에게 나는 묻고 싶다. 누군가 얼굴을 찌푸리거나 울상을 지을 때 피곤해한 적은 없는지.


솔직히 나는 있다. 당장 우리 두 딸에게서 피로를 느꼈다. ‘울면 미운 사람이에요’라는 표현을 입 밖에 내지 않았을 뿐! 따지고 보면 이 표현을 딸아이에게 쓴 그 엄마나, 우는 딸들에게서 속으로 불편한 감정을 느낀 나나 오십보백보다. 얼굴에 드러난 자녀의 감정을 품어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밝은 감정이든 어두운 감정이든 감정이 전염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많은 이들이 밝은 감정을 불러오는 웃는 얼굴을 반기고 어두운 감정을 끌어내는 우는 얼굴을 꺼리는 건?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자꾸 울면 친구들이 싫어해.”


나는 별아에게도, 수인이에게도 이 말을 한 적이 있다. 그저 걱정을 담아 했던 말인데, 이제 와 의문이 든다. 자꾸 울면 싫어하는 사람은 딸들의 친구가 아니라 사실 내가 아니었을까? 내 안에서 ‘우는 얼굴 기피 심리’가 오랫동안 작용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의 노랫말을 싫어한 이유도 어렴풋이 짐작이 간다. 노랫말처럼, 그 짓을 하고 있는 나와 마주치는 게 두려웠던 것 같다.


우는 얼굴, 찌푸린 얼굴은 슬플 때, 힘들 때, 외로울 때 나오는 얼굴이다. 그 구슬픈 감정이 담긴 얼굴에 대해 좀 더 너그러워져야 할 텐데, 자신이 없다.


얌체처럼, 나는 잘할 자신이 없다고 꽁무니를 빼면서 남에게 슬며시 떠안긴다. “울면 미운 사람이에요!” 하고 딸을 나무랐던 그 엄마에게.


“아이가 얼굴 찌푸릴 때 꼭 안아 주고, 방긋 웃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저는 못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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