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이와 남은 이
장례식장에서 처음 밥을 먹어 봅니다
꿀떡에 쉴 새 없이 손이 가고
오빠가 몽땅 가로챌까 봐
게맛살전에 자꾸만 눈이 갑니다
소고기뭇국은 엄마 솜씨입니다
맛있게 먹다 보니
할머니에게 슬쩍 미안해집니다
밥 먹는 데 마음을 빼앗겨
할머니를 잠시 잊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할머니를 잊은 모양입니다
검은 양복처럼 어두운 얼굴로
영정사진 속 할머니에게 절을 했던 아저씨는
형광등처럼 밝은 얼굴로 술을 마십니다
빈소에 들어서면서부터 “아이고 아이고” 울던 아줌마는
“어머나 어머나” 웃으며 수박을 집어먹습니다
다시 할머니 빈소에 들어가기가 살짝 겁이 납니다
방긋, 미소를 머금고 있던 할머니가
아흡, 눈물을 물고 있을 것 같아서요
사진 속에서 걸어나와
“할미보다 밥이 좋으냐?”
서운해 할 것 같아서요

오래전에 쓴 동시인데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 2017년 비슷한 일을 겪고 쓴것입니다.
근데 제가 쓴 동시인데도 지금 보니 시의 풍경이 몹시 낯섭니다.
죽음이란 것은 늘 그 모양입니다. 도무지 적응할 수 없는 강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