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와 단상 28]거짓말

외로운 누군가에게

by 작은별송이

거짓말



어제 골목에서 덩치 큰 형들한테 붙잡혔어. 주머니를 탈탈 털리고, 운동화도 빼앗기고. 맨발로 동동거리는 나를 보며 형들이 킬킬거릴 때 자동차 한 대가 다가왔어. 날 도와주려나 싶었는데, 잠깐 멈춰 설 뿐 쌩, 도망가 버렸지. 핑, 눈물이 도는 순간 멍멍, 강아지 울음이 들렸어. 우리 집 흰둥이가 짠 나타난 거야!


내 얼굴만 한 흰둥이의 몸이 풍선처럼 불어나더니 코끼리만큼 커다래졌어. 형들은 모두 셋이었는데, 한 사람처럼 오들오들 떨더라. 흰둥이는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다가 휙, 한꺼번에 세 명을 감아 올려 공중에서 빙빙 돌렸어.

“빼앗은 거 다 돌려줘!”

우와! 흰둥이가 말을? 근데 목소리가 나랑 비슷하더라. 참 신기하지?


돌려받은 돈을 챙겨 넣고 운동화를 고쳐 신자 흰둥이가 날 꼬리로 돌돌 말아 잔등에 탁 올려놓았어.

“꽉 잡아.”

흰둥이가 귀를 펄럭이며 하늘로 날아올랐어. 히야, 바이킹보다, 비행기보다 더 재미있더라. 지나가는 참새랑 인사도 나눴어.

바로 집에 왔냐고? 아니. 백두산에 잠깐 들러 천지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왔어. 한 시간밖에 안 걸리던걸.

흰둥이는 지금 얌전히 집을 지키고 있어. 다시 내 얼굴만 하게 줄어들어서.



sticker sticker

도와달라는 목소리를 듣고 싶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듣는 것이 두려워서 들려오지 않기를 바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도움을 구하는 내 목소리를 누군가 들어 주기를 바라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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