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돈 없어서 행복하시나요?

by 독립단장

김 소령은 6시 칼퇴근을 하고, 용산역으로 향한다. 오랜만에 동기생 모임이 있기 때문이다. 소령은 개인적으로도 커리어에서도 큰 전환점을 마주하는 시기이다.


흔히 공무원은 10년 이상이 되어야 어느 정도 할 만하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박봉인 공무원 급여도 10년 차 정도 되면 어느 정도 인상이 된다. 관사로 주거가 해결되는 군인은 상대적으로 일찍 결혼을 하고, 소령쯤 되면 아이도 초등학생이 된다.


소령이 되면 명실상부한 지휘관이 된다. 비행대장, 작전ㆍ교육 참모, 과장 등 한 부서를 책임지는 장이다. 부대의 핵심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하기에 ‘진짜 장교가 되었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느새 약속 장소에 도착한 김 소령은 예약된 방으로 들어간다.




벌써 시끌벅쩍하다.


“김 소령, 이제 왔어? 오랜만이다 야! 부대도 가까우면서 왜 이렇게 늦었어? 우리는 반가내고, 지방에서 기차 타고 왔는데 말이야.”


이미 많은 동기들이 도착해 있다. 지방 비행단에서 비행대장으로 근무 중인 동기생들은 비상출동 대기로 오지 못했지만, 동기 모임 중 역대급 참가율이다. 그만큼 시간 맞추어 퇴근을 할 수 있는 위치가 되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일까?


다들 반갑게 인사한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동고동락을 함께한 동기들이기에 유대감도 남다르다. 대학 동창이자 직장 동료이자 군대 동기인 셈이다. 함께 고생한 공통의 기억이 있고, 기숙사 생활을 하며 같이 살다시피 시간을 보냈다.


소고기가 구워지고, 술잔이 부딪치면서 대화는 점점 유치해지고, 솔직해진다. 몇 년 전만 해도 부서장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했지만 지금은 말을 잘 안 듣는 부서원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입장이 바뀌니, 불만의 주체도 바뀐다.


“요즘 애들은 진짜 너무 달라. 장교들 중에서도 보고서 제대로 쓰는 놈 찾기가 힘들어. 가장 기본적인 주술 관계부터 다시 고쳐야 된다니까. 일 시키기가 겁난다 겁나. 내가 마지막에 거의 다시 쓰는 수준이야.”


“우리 사무실 중ㆍ소위들은 8시 55분에 출근하더라. 그거로 뭐라고 하면 안 되는 것 알지? 내가 제일 먼저 사무실에 와서 아침마다 전화 땡겨받고 있어.”


한 명이 불만을 이야기하니 다들 한 마디씩 거든다.


“나는 사고 안 치는 것에 감사하다. 우리 사무실 하사는 인터넷 도박에 빠져서 공금횡령을 했어. 그나마 빨리 알아차려서 대처를 했지. 저번 주 내내 감찰실 조사받느라 일을 못했다.”


“나는 저번 달에 우리 대대 병사 엄마가 UFG 훈련기간에 왜 휴가 못 가냐는 민원 전화받았다. 진짜 상상하지 못하는 일들이 일어난다니까.”


“예전에는 소령 선배들 지휘관이라고 일도 안 했는데, 왜 우리가 소령이 되니 직접 해야 하는 일이 많냐? 중간에 끼었어 완전...”


다들 쌓인 불만들을 하나, 둘씩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자리가 바뀌어서인지, 아니면 세대차이가 생긴 것인지 알 수 없다.


김 소령은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중간중간 반응만 해준다. 이렇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도 이제는 많지 않다. 동기들도 점점 바빠지느라 얼굴 보기가 힘들다. 아마 조금 시간이 지나면 중령, 대령 진급 누락되는 동기부터 장군이 되는 동기 등 서로의 입장도 크게 나뉠 것이다. 아마 지금이 서로 허물없이 보내는 마지막이지 않을까?




그때 누군가 김 소령에게 묻는다.


“김 소령, 이번에 목동으로 이사했다며? 홍 소령이 목동에서 우연히 만났다고 말하더라.”


홍 소령은 청주에서 비행대장으로 근무 중이라 오늘은 참석하지 못했다.


“응 맞아. 이번에 정착했어. 아이들도 컸고, 이제는 나 따라서 같이 이동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 같더라고. 운이 좋았지 뭐.”


“김 소령, 네가 가장 성공했다. 서울에 그것도 목동에 집도 사고 말이야. 근데 거기 구축 아니야? 살기 힘들지 않아? 나중에 군인 특별공급 청약을 받지 그랬어?”


“아이들 교육도 좋은데, 식구는 같이 있어야지.”


“그럼 관사에서 나왔어? 관사 혜택을 이제 못 받는 거야? 군인의 가장 큰 혜택을 포기했네...”


“우리 월급으로 너무 무리한 것 아니야? 매월 대출금 상환이 장난 아닐 것 같은데?”


시끄러운 와중에 다들 한 마디씩 한다. 축하한다는 말뿐이라면 좋겠지만 꼭 한 마디씩 덧붙인다.


김 소령은 이해한다. 처음에는 그도 군인 월급으로 20억대 서울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궁금함, 인간이라면 가질 수밖에 없는 시기심, 상대편을 나보다 아래로 생각해야만 드는 안도감 등 인간의 본능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소령은 ‘운이 좋았다’고 말하고 말을 아낀다. 어차피 여기서 재테크 관련 조언을 해 봤자 아무도 듣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굳이 자랑할 필요도 없다. 돈이 많다는 사실은 말해서 득 될 것이 하나도 없다.


“군인이 돈이 뭐가 중요해. 국가에서 집 주고, 월급 주고, 노후에는 연금도 주는데, 우리 진급이나 잘해서 전역하고 좋은 자리도 가자고!”


술에 취한 건지, 분위기에 취한 건지 동기 한 명이 크게 이야기한다. 사관학교에서 생도대대장을 했던 동기다. 아직 자긍심이 넘치는 동기들은 군인으로서 애국심과 뿌듯함을 이야기한다.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보니 자리를 마무리할 때가 된 것 같다.


자리를 마무리하려는데 큰 목소리가 들린다.


“돈이 중요한가! 우리는 돈 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향해 나아가고 있잖아! 사랑한다 동기들아. 우리 낭만을 잃지 말자. 행복하자!”




식당 앞에는 2차로 이동하려는 동기들로 북적인다. 그 사이에서 김 소령은 인사를 하고 지하철역으로 이동한다.


‘누가 행복한 것일까? 2차 술자리로 이동하는 동기? 가족들에게 가고 있는 나? 부자가 되기를 포기하고, 마음 편한 동기? 돈을 쫓아 결국 부자가 된 나?’


세상은 말한다. 정답은 없다고. 자기가 원하는 가치에 따라 살면 된다고... 그렇지만 김 소령은 묻고 싶다.


“그래서 돈 없어서 행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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