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소령이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른다.
“어?! 아빠다!” 아이들은 엄마와 식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반갑게 인사한다. “오늘 동기들과 저녁 먹는다 하지 않았어? 생각보다 일찍 왔네?” 아내가 묻는다.
“응, 동기들은 2차 간다고 갔고 나는 집에 왔어.”
“왜? 오랜만에 만났는데 2차도 가지? 애들에게도 아빠 늦는다고 말했는데”
“이제는 늦게까지 술 마시는 게 재밌지가 않네~ 그냥 집에 와서 가족들과 있는 게 더 좋아~.”
김 소령은 씻고, 아이들과 대화를 조금 한다. 자기 전에 늘 그랬듯이 책을 한 권씩 읽어 주고, 굿 나잇 키스를 한다.
밤 9시 30분. 아이들이 일찍 잠든 김 소령의 집은 고요하다. 김 소령 부부는 가급적 아이들을 일찍 재운다. 아이들의 성장에도 좋지만 부모도 개인적인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부모도 성장하고,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이들을 재우고 김 소령은 투자 공부를 할 때도 있고, 글을 쓸 때도 있다. 그때그때 필요한 일들을 한다. 그리고 특별히 바쁜 일이 없을 때에는 아내와 영화를 보기도 하고, 마주 앉아 대화를 한다. 유일하게 부부끼리 온전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여보,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 다들 그대로인데, 나만 변했다고 말이야. 동기들과도 생각의 간극이 생겨버려서, 이제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 다들 옛날 이야기 하며 웃고 술 마실 때, 나는 온전하게 그걸 즐기지 못하겠어. 차라리 집에 와서 글을 쓰던지,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어.”
“너무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 아니야? 가끔씩은 그냥 앞으로 나아가기보다는 뒤를 돌아보면서 그냥 즐기는 것도 필요하잖아?”
“맞아. 그런데 그게 잘 안되네. 가끔 이런 생각도 해. 정규 분포 있잖아. 정규 분포의 가운데를 노말, 정상이라고 하잖아. 그러면 나는 비정상인가 싶어. 사실 평균 이상의 학력, 부, 행복을 이루기 위해서는 남들과 달라야 하기는 하잖아.”
김 소령의 아내가 탄산수를 한 잔 마시면서 대답한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다수를, 평균을 추구하잖아. 무리에서 떨어지면 생존할 수 없었던 몇 만년 전의 본능이 아직도 우리 뇌에 남아있으니까. 우리 사회도 그렇잖아. 다들 나이별 평균 자산, 자동차, 집 등을 궁금해하고,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서 노력하잖아.
특히, 우리나라는 남들과 달라지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것 같아. 평균 안에 위치한 삶에서 안도감을 느끼고. 사실 명문대에 가는 삶, 부자가 되는 삶은 소수잖아. 즉,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고. 그것도 비정상이잖아.
자산으로만 보면 정규분포 오른쪽은 부자고, 왼쪽은 가난이잖아. 둘 다 비정상이지. 비정상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앞서감인지 뒤처짐인지 구분할 수 있는 것 같아. 그래서 나는 비정상이 더 좋은데?”
김 소령이 웃는다. 언제나 아내는 긍정적인 기운을 준다.
“역시 당신은 언제나 나에게 에너지를 준다니까.”
사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비슷비슷하다. 좋은 학교, 좋은 직장, 좋은 아파트, 행복한 가정, 여유 있는 재력.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톨스토이의 말처럼 인간이 추구하는 삶은 대동소이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을 모두가 얻는 것은 힘들다. 경쟁 사회에서 소수의 승자만이 그것을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김 소령이 선택한 길처럼 어느 순간에는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종잣돈을 모으는 인고의 시간, 자본주의를 공부하는 시간, 투자를 실천하는 용기와 경험, 기다리는 인내심, 탐욕을 절제하는 현명함까지...
전설적인 투자자로 불리는 워렌 버핏은 원하는 시간에 좋아하는 사람과 재미있는 일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삶이 매우 행복하다고 말한다. 물론, 모두가 워렌 버핏처럼 최고의 부자가 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워렌 버핏보다 행복할 수는 있다. 행복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부는 이루어야 한다. 돈만이 전부는 아니지만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서만 자유로워져도 인생이 훨씬 순탄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토요일 6시, 김 소령은 일찍 일어나 창밖의 나무를 바라보며 앉아 있다. 고요한 새벽공기를 느끼며, 새소리를 듣는다. 새벽 시간은 언제나 평온하다. 김 소령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김 소령은 늘 의문이었다. 남들은 퇴근하고 취미생활을 하면서 인생을 즐기는데, 왜 자신은 그러지 못하고, 시간을 쪼개며 투자 공부를 하고, 글을 쓰고, SNS로 브랜딩을 하는지... 다들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며, 일과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퇴근 후 휴식을 취한다. 그렇다면 자신은 지금 내 직업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일까?
하지만 김 소령은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한다.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를 자문했을 때, 국가와 공동체를 위해 일한다는 만족스러운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소하고, 반복적인 일을 할 때도 이러한 일들이 모여서 공군, 군, 그리고 대한민국에 이바지한다는 자기 만족감은 김 소령이 업무에 지속 열정을 부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김 소령은 그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하지 못했다.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어떤 삶을 꿈꾸는지’ 같은 근원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렸다.
'나는 내 직업에 만족한다. 근로소득자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직업이다. 그렇지만 나는 더 주체성 있는 삶을 원한다. 시간, 장소, 관계, 일 등 삶의 육하원칙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먼저 돈에서 자유로워지자. 가족들과의 시간을 극대화하고,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를 업으로 삼아보자.'
이제 김 소령은 자신이 세운 목표에 거의 다 도달했다. 월급에 연연하지 않을 정도의 부를 이루었고, 매년 연봉을 뛰어넘는 투자 수입도 올리고 있다. 동시에 글도 꾸준히 쓰면서, 자신의 경험을 담은 책도 준비한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바로 회사로부터 독립하는 것이다.
김 소령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매일 고민이 이어진다. 월급과 연금 그리고 시간이 지난 뒤 고위 공직자가 되었을 때의 사회적 인지도. 이것을 포기하고 글을 쓰고, 자신을 브랜딩 하며 SNS로 소통하는 삶. 내가 원하는 삶이 맞을까? 용기를 내도 괜찮을까?
‘남들은 이런 고민도 안 하겠지? 현재를 잘 즐기면서 살겠지? 내가 비정인가 정말...? 뭐 그래도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겠지?! 나에게는 옵션이 있다는 것이니까!’
아이들이 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김 소령은 아이들에게 아침 인사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다.
"잘 잤어? 좋은 꿈 꿨어? 아침은 팬케이크 어때?"